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을 위한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검증 청문회가 20일(현지시간) 나흘간 일정을 시작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첫날부터 공격과 수비로 나눠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보수 성향의 고서치 후보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현재 보수와 진보 구도가 4 대 4로 맞선 대법원 이념 지형이 보수 쪽으로 기울게 되는 만큼 여야 모두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특히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오바마 케어'의 대체 건강보험법안 등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국정 과제가 대부분 송사에 휘말렸거나 법의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고, 러시아 커넥션 의혹과 전임 정부의 '트럼프 캠프' 도청 의혹 등까지 제기된 상황이어서 이번 청문회의 결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처럼 민감한 정국을 고려한 듯 이날 고서치 후보자를 상대로 공정한 판결과 사법부의 독립성 수호에 대한 견해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코네티컷)은 “사법부 독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당신의 변론이 중요하다”며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에서 독립적일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다. 패트릭 레이히 의원(버몬트)은 고서치 후보자가 보수 성향 이익단체의 지지로 대법관에 지명됐음을 거론하면서 “반(反)낙태, 반환경, 친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공화당은 민주당이 도를 넘어선 질문을 하는 등 정파적 태도에 치우치고 있다고 맞서며 고서치 후보자를 감쌌다. 테드 크루즈 의원(텍사스)은 “공화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클린턴의 성희롱 송사에 대해 묻지 않았다”면서 “고서치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공식 발언은 물론 심지어 트위터 발언들에 대한 답변까지 요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상원에서 법관 지명과 관련해 당파성이 짙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서치 후보자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판결의 공정성을 강조하며 야당의 예봉을 피했다. 고서치 후보자는 “의회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사들'은 법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하면서 모든 사람을 예를 갖춰 공정하게 대우했다고 설명하면서 “사건마다 사실과 법에만 근거해 판결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다음 달 3일 고서치 후보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할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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