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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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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박 전 대통령, 독대 때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

입력
2017.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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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ㆍ안종범 재판에 출석

“안종범이 곧바로 최순실 측근 소개”

출연금 낸 대기업 총수 첫 증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안종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2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안종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준(67)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자리에서 여자 배드민턴 팀을 창단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뒤 곧바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측근들을 소개받았다고 20일 밝혔다. 또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면서 사실상 압력을 받았다고 시인함에 따라, 권 회장 증언이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권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서 최씨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총수로선 처음 증언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2월 22일 박 전 대통령 독대 자리에서 오간 내용을 상세히 밝히기 시작했다. 권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특히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배드민턴 팀이 만들어져서 거기에 포스코 같은 기업이 지원을 해주면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의 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과 권 회장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독대 후 권 회장은 인근에서 대기하던 안 전 수석을 통해 조성민 더블루K 대표의 전화번호를 건네 받았다. 더블루K는 최씨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받은 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빼돌리기 위해 세워진 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 회장 지시로 포스코 임원진은 조 대표와 고영태씨 등 최씨 측근을 만났지만 이들이 배드민턴 팀 창단 비용으로 46억원 가량의 터무니없는 액수를 제시하자 거부했다. 권 회장은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지구상에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더블루K라는 회사를) 처음 들어봤기에 이런 기업 이야기가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도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시점은 이미 포스코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49억원을 출연한 뒤였지만 그는 “이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감사 표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단 출연금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를 검찰이 묻자 “(출연을) 자발적으로 했다기 보단… 저희들이 어느 정도 부담을 가진 게 사실”이라며 재단 출연금 요구를 박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압력으로 느꼈다는 사실을 토로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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