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현상, 지난해 9월부터 ‘진행형’
방송 중계탑도 기우뚱… 장비 이전 중
군, 균열부위 흙 채우기 등 임시방편
정밀조사 후 지반강화ㆍ이주대책 마련
울릉도 지반침하 일지
※자료 : 울릉군
지반침하로 일부 울릉도주민들의 대피생활이 6일째 접어든 가운데 주민들은 밭일도 나가지 못한 채 불안에 떨고 있다. 도로와 주택은 물론 나물을 재배하는 밭도 꺼지고 갈라지는 바람에 주민들은 본격적인 산나물채취기를 맞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무엇보다 그 누구도 땅속 사정을 말해주지 않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게 끝인지 아니면 앞으로 더 심하게 땅이 꺼지거나 무너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9,100여㎡의 밭에서 산나물 등을 재배해 온 임모(73)씨. 그는 지난 15일 내려진 강제 대피령에 따라 울릉군이 주선한 콘도미니엄에서 지내며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까끼등’ 마을에 있는 집과 밭이 걱정돼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들르지만 간이상수도마저 끊겨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주변 땅이 내려앉으면서 마을로 들어오는 지하수맥이나 배수관에 사달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비와 삼나물도 곧 채취해야 하는데 땅이 내려앉는 마당에 뭘 할 수 있겠냐”며 “이사를 가고 싶어도 당장 돈도 없고 살던 집을 살 사람이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걱정스런 일은 땅 속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구체적 정황을 그 누구도 속 시원히 얘기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갈라지거나 꺼진 곳을 흙이나 시멘트로 메운다고 다시 들어가 살 수 있을지, 아니면 계속 꺼질지 군에서도 말해주지 않고 있다”며 “이러다가 정말 마을을 떠나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씨처럼 피난생활을 하는 사람은 주민 8명과 KBS울릉중계소 숙소생활을 해 온 직원 4명을 더해 모두 12명이다. 이들은 콘도나 친지 집에서 지내고 있다. 주택과 도로는 물론 방송중계탑도 심하게 기울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울릉군청에서 서북쪽 까끼등 마을은 기능이 완전 마비된 셈이다. 땅이 꺼지면서 건물도 뒤틀어져 현관문조차 열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마당과 나물밭에는 어른 발이 빠질 정도로 갈라졌다.
울릉군은 상황이 더 나빠지면 이곳을 통해 성인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주차장도 폐쇄할 방침이다. 이 코스는 울릉도 성인봉 등산로 중 가장 높게 차량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는 구간이다.
울릉중계소 측도 방송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도동항 근처에 있는 KT 건물로 주요 방송장비를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높이 75m의 방송용 송신철탑도 크게 기울어지면서 KBS측은 안전 문제로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나섰다.
울릉군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지반침하 면적은 6만1,000㎡. 마을 내 도로는 곳곳에 높이 10㎝이상의 계단이 만들어져 차량 통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임시로 벌어진 틈 사이 흙을 채우지만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은 또 석축 등에 금이 간 곳은 비라도 내리면 대규모 붕괴사고가 날 것을 우려, 20일부터 비닐을 씌우기 작업에 나섰다.
울릉군은 지반 조사와 정밀 진단도 계속하고 있다. 21일에는 한국지반공학회 연구원 3명이 추가돼 항공촬영과 지하조사를 위한 시추를 실시할 계획이다. 여기에 산림공학연구소 연구원들도 이번 주 입도해 조사를 벌인다.
울릉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어 안타깝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라 강제 대피조치를 계속 할 수 밖에 없다”며 “지반공학회와 산림공학연구소 박사들의 도움을 받아 면밀하게 조사해 원인을 파악하고 추가 침하 여부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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