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ㆍ질환 딛고
EBS 강의로 대입 성공한 20명
수기 공모전서 장학생 뽑혀
“(재수) 기숙학원이나 종합학원이 좋다는 말들에 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지만, 한 달에 100만원 가까이 되는 비싼 학원비를 듣고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채수환(20)군은 지난해 재수를 결정했지만 그 흔한 학원조차 다닐 형편이 못됐다. 이혼 후 홀로 형과 자신을 키워온 아버지에게 또 경제적인 부담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만은 분명했다. 부모님 이혼 후 힘들어 하던 자신을 감싸준 선생님들이 그랬듯, 채군 역시 학교에 첫 발을 내디디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채군은 고민 끝에 무료인 EBS 수능강의를 선택해 홀로 공부를 했고, 올해 청주교대 입학에 성공했다.
채군은 재수 시작 후 패배감과 두려움에 힘들어했던 자신에게 EBS 선생님들은 ‘봄’과 같은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채군은 “김소연 선생님께서 ‘정말 꿈이 확고하다면 그 꿈을 향해 먼 길을 돌아가도 괜찮다’고 한 말씀은 아직도 기억난다”며 “선생님들과 소통하며 슬럼프를 극복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질문을 남기면 선생님들이 댓글을 달아주셨고 그걸 캡쳐 해서 힘들 때마다 봤다. 채군은 이 사연으로 교육부의 EBS 강의 수기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은 오성환군은 근육병의 일종인 척수성근위축증으로 중학교 때 척추수술은 받은 후 등교가 어려워 EBS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사람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연세대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교육부는 최군, 오군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 선천성 질환 속에서도 사교육 없이 EBS 강의를 활용해 대입에 성공한 20명을 ‘꿈 장학생’으로 선발,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장학생에게는 300만~1,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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