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의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다음 단계를 따라가야 한다.”
권위 있는 클래식 웹사이트 ‘바흐트랙’은 지난해 벡조드 압드라이모프(27)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압드라이모프는 2009년 런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직후 단 3일 만에 영국 로열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갑자기 무대에 오르기 어려워진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하게 된 그는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함께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2015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웨일 리사이틀홀(268석)에서 정식 데뷔 무대를 치른 후 이듬해 스턴 오디토리움(2,800석) 단독 무대에 초청받았다. 세계 굴지의 클래식 매니지먼트 3사가 그와 계약하기 위해 경쟁할 정도로 세계 클래식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압드라이모프가 한국을 첫 방문했다. 17, 18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과 협연에서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은 데 이어 23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첫 독주회를 연다.
20일 금호아트홀 내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압드라이모프는 “관객들이 제일 먼저고 그 다음이 저지만 이번 독주회엔 제 스스로 정말 즐기는 곡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대를 모으는 곡은 역시나 그의 강력한 타건과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6번이다. 그에게 프로코피예프는 “듣자마자 사랑에 빠진” 특별한 작곡가다. “17세 때 프로코피예프를 처음 듣자마자 너무나 연주하고 싶었어요. 이듬해 런던 콩쿠르 1~3차 경연에서 소나타 6번을 연주했고, 최종인 4차에서는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어요. 한국에서도 이 곡들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압드라이모프는 이번 독주회에서 왈츠와 발레 등 다양한 요소를 지니면서도 복합적인 층위를 지닌 프로코피예프의 곡을 통해 대조가 뚜렷이 드러나는 연주를 보여줄 계획이다.
이 밖에도 바흐의 오르간을 위한 협주곡과 부소니의 토카타, 슈베르트 ‘악흥의 순간’, 베토벤 소나타 ‘열정’ 등을 연주한다.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그의 ‘열정’ 연주에 대해 “극적인 추력과 흐름에 대한 환상적 센스가 균형을 이룬다. 테스토스테론이 장착된 폭발 속에서도 따뜻함을 가졌다”고 평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압드라이모프는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에게 5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어린 시절 사사한 파마라 포포비치, 미국으로 건너가 만난 스타니슬라프 이우데니치로부터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 포포비치는 첫 만남에서 압드라이모프를 제자로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만큼 그가 만난 스승들이 엄격했던 탓인지, 그는 자기 자신의 연주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영재’라는 호칭에도 손사래를 쳤다. 어릴 때는 연습이 귀찮아 피아노를 그만 둘 생각도 했다는 압드라이모프는 “이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며 “연습만이 더 나은 연주, 다른 해석을 만든다”고 단언했다. “항상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구하는 발전적인 연주자가 되는 게 목표예요. 훌륭한 음악은 무한정이니까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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