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에 인접한 서울 삼성동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이 20일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달라‘는 캠페인에 나섰다. 경찰이 16일부터 박 전 대통령 자택 인근의 일부 집회를 금지하는 등 제한 조치에 나섰음에도 자택으로 몰려드는 지지자들의 횡포가 좀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릉초 녹색어머니회는 이날 오전 학교 정문 앞에서 “아이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김혜진 녹색어머니회 회장은 “집회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지만 초등학교 담장 바로 옆에서 꼭 집회를 해야 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매일 교통지도를 하면서 지켜본 시위대의 언행은 여전히 우려스럽다”며 “아이들 안전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다. 제발 어린이보호구역 밖에서 집회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캠페인에는 녹색어머니회를 포함해 교내 한마음어머니회, 강남녹색어머니연합회 등 학부모 80여명이 ‘예전처럼 공부하고 싶어요’ ‘여기는 어린이보호구역’ 등의 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학부모 장모(36)씨는 “아이들의 교육과 통학로를 방해하는 집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이어 박 전 대통령 자택 쪽으로 행진했다. 자택 앞에서 취재진들에게 입장문을 전달하며 “아이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평소처럼 배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0여명이 학부모들을 향해 “저것들 진짜 학부모인지 확인해야 해” “촛불에서 보낸 거 아니야” 등 고성을 지르면서 양측간 신경전이 벌이지기도 했다. 행진에 참석한 학부모 안모(47)씨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평화롭게 캠페인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녹색어머니회는 인근 도로에 불법 주정차한 언론사 차량들이 공회전하면서 발생시키는 매연 등 피해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에게는 부모 동의 없이 학생들 사진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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