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어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바닷모래 사용을 국책사업용으로만 한정하기로 했다. 무리한 채취로 인한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채취 자체를 반대하는 어민들과 바닷모래 공급 확대를 원하는 건설업계 모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중재안이 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20일 “바닷모래 채취가 불가피할 경우 바닷모래 사용을 국책 사업용으로만 한정하고, 채취 물량 역시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최소로 줄여 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책은 이미 확정된 모래 채취 기간이 끝난 뒤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우 내년 3월부터, 서해 EEZ는 2019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해수부는 바닷모래를 사용하는 대신 4대강 준설토 등 육상 골재를 우선 활용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해수부의 발표는 기존의 채취 가능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의 남해 바닷모래 채취 연장 신청에 대해 요구량의 절반 수준인 650만㎥를 내년 2월까지 1년간 채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후 어민들은 어선 수만척을 동원해 해상 시위를 벌였다. 바닷모래를 채취하면 바닷속 환경이 훼손돼 어장이 큰 피해를 받는다는 게 시위 이유였다.
일단 해수부가 골재용 바닷모래 채취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갈등이 봉합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치는 기존 채취는 그대로 인정한 것이고 앞으로도 허용은 하면서 양만 제한하겠다는 것이어서 전면 반대를 원하는 어민들 요구와는 거리가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이날 “바닷모래 대신 강 준설토를 사용하면 골재 가격이 5배 이상 오를 것”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실제로 올해 모래 채취 허가 물량이 지난해(1,167만㎥)의 절반으로 줄자 모래 가격은 이미 급등하고 있다. 남해 EEZ 모래채취가 중단된 뒤 동남권의 모래 가격은 ㎥당 1만5,000 안팎에서 3만원 내외로 2배가 됐다.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도 아직 남아 있다. 해수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4대강 준설토’ 역시 운송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잖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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