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0)씨는 일요일 밤마다 9개월 된 아들과 생이별을 한다. 전세자금 대출ㆍ육아비용 등 생활비와 미래대비 저축을 감당하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이씨 부부의 소득은 월 600만원 가량. 이 소득의 대가로 이씨는 주중에 인천에 있는 친정에 월 100만원의 육아비용과 함께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아이와 만나고 있다. 이씨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점이 아쉽지만 재정상황을 감안해 앞으로 1~2년은 이 같은 방식을 유지하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팍팍한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맞벌이와 육아 사이의 갈등은 풀기 힘든 숙제다. 맞벌이를 택한 부부 10쌍 중 4쌍은 아이와의 상호작용 시간(책 읽어주기, 함께 놀아주기 등)이 하루 평균 단 25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의 ‘자녀연령과 계층적 요인이 영유아 자녀 직접돌봄시간 유형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41.6%는 외주형 돌봄(돌봄을 친인척, 개인, 시설 등에 맡기는 유형)을 하고 있었다. 이는 외벌이(18.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돌봄시간은 상호작용과 기본적 돌봄(신체적 돌보기, 간호하기 등)으로 분리해 평가했는데, 유형별로 집중돌봄형(돌봄시간↑ㆍ상호작용시간↑), 시간투자형(돌봄시간↑ㆍ상호작용시간↓), 전략적 돌봄형(돌봄시간↓ㆍ상호작용시간↑), 외주형(돌봄시간↓ㆍ상호작용시간↓)으로 구분된다. 맞벌이 가구는 외주형에 이어 전략적 돌봄형(31.3%)이 많았으며, 외벌이 가구는 집중돌봄형이 35.1%로 가장 많았다. 김진욱 교수는 “맞벌이를 하거나 고소득 전문직인 부부들이 보육 시설이나 학원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2014년 생활시간조사에서 자녀가 1명인 부부 592쌍의 평일 시간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돌봄 유형의 차이는 자녀와의 소통 격차로 이어진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외주형의 하루 평균 총 돌봄시간은 2시간20분이며 이 중 상호작용 시간은 17.8%인 단 25분이다. 집중돌봄형의 총 돌봄시간(6시간1분)의 3분의 1 수준이며, 상호작용 시간(3시간14분)은 8분의 1 수준이다. 소득 별로는 월 소득 500만원 이상 부부의 30.6%는 외주형이며 300만원 미만 부부는 집중돌봄형(30.5%)이 가장 많았다.
김진욱 교수는 “부모의 직접적인 돌봄을 도울 수 있는 육아휴직 및 시간제 근무 대상을 비정규직과 자영업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저소득층 맞벌이 부모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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