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미운오리’ 다니엘 갈리치(30ㆍ크로아티아ㆍ등록명 대니)와 박주형(30)이 만원관중 앞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
현대캐피탈은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플레이오프(3전 2승제) 1차전 홈경기에서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0(25-20 25-17 25-18)으로 눌렀다.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91.7%다. V리그 출범 이후 치러진 12차례 PO 중 1차전을 이긴 팀이 11번이나 챔프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편한 마음’으로 21일 적지 수원체육관에서 열리는 2차전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접전을 예상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한국전력에 5번 내리 지다가 마지막 6라운드에서야 가까스로 1승을 챙겼다.
홈 열기가 워낙 강해 ‘배구도시’라 불리는 천안 팬들이 홈 팀에 힘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똘똘 뭉쳤다.
현대캐피탈은 15일 오후 2시 PO 1차전 입장권 예매를 시작했는데 불과 5분 만에 1,400석의 지정석이 다 팔렸다. 오후 2시부터 10분 동안 티켓 구매 페이지의 접속 횟수는 3만1,700회로 지정석 티켓 예매 경쟁률은 24.1대 1에 달했다. 이날 경기장 앞은 나머지 300장의 현장 판매 티켓을 구하려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열광적인 응원에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힘을 냈다.
특히 그 동안 기대에 못 미쳤던 외국인 공격수 대니는 14점에 공격성공률 63.1%를 기록했고 박주형도 블로킹을 4개나 잡아내며 11점에 63.64%의 공격성공률을 자랑했다. ‘에이스’ 문성민(29)도 12득점(공격성공률 62.5%)으로 이름값을 했다.
대니는 지난 달 초 기량 미달로 퇴출된 캐나다 출신 외국인 선수 톤 대신 급하게 영입됐다. 하지만 기량에는 계속 물음표가 달렸다. 외국인 선수가 주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설상가상 이날 경기를 앞두고 허리까지 다쳤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자 부담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었다. 고비마다 차곡차곡 스파이크를 꽂았다. 현대캐피탈 팬들은 대니가 점수를 낼 때마다 “보르부아”를 외친다. 크로아티아 말로 ‘파이팅’이라는 뜻. 이날 경기 내내 “보르부아”가 흥겹게 울러 퍼졌다. 대니는 경기 뒤 “중요한 경기에서는 조금 아프더라도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웅(41) 현대캐피탈 감독도 “대니가 너무 잘 해줬다. 앞으로 팀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웃음 지었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박주형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오늘 몸이 가벼워 느낌이 좋았다”며 “한국전력에 5번이나 져서 분석을 많이 했다. 오늘은 정말 지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최태웅 감독의 ‘매의 눈’도 톡톡히 한 몫 했다. 최 감독은 3세트 7-5, 10-6에서 한국전력이 점수를 내자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모두 오심으로 정정돼 현대캐피탈 점수로 바뀌었다.
반면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에 ‘천적’으로 군림하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신영철(53) 한국전력 감독이 경기 뒤 너털웃음을 지으며 완패를 인정할 정도로 경기가 안 풀렸다. 아르파드 바로티(26ㆍ헝가리) 부진이 뼈아팠다. 범실을 남발하며 여러 차례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10득점에 공격성공률이 33.33%에 그쳤다.
천안=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