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초강력 ‘예방주사’를 맞았다.
백지선(50)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세계 랭킹 23위)은 19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러시아(랭킹 2위)와 평가전에서 2-5로 패했다. 전날 1차전에서 3피리어드에 세 골을 몰아치며 3-4로 분패했던 기세를 몰아 이날 2차전 2피리어드 한 때 2-1로 앞서는 등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결국 세계최강 러시아에 고배를 마셨다.
실력 차이는 분명했지만 한국 아이스하키가 국제 무대에서 ‘절대’ 상대해볼 수 없는 최고 수준의 팀과 맞붙은 것은 큰 소득이었다. 세계 아이스하키를 주도하는 ‘빅6’ 캐나다, 미국, 스웨덴, 러시아, 핀란드, 체코는 자신들보다 아래 단계에 있는 팀을 아예 상대해주지 않는다. 스위스나 독일, 슬로바키아 등도 ‘빅6’와 실전을 치르기 어렵다.
그런데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이번 친선전이 성사됐다.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러시아가 대회 공식 경기장을 미리 체험하며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는 설명이 불필요한 아이스하키 최강국이다. 1964년부터 1976년까지 동계올림픽에서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총 8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에서는 2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러시아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는 간판 스타들과 러시아대륙간아이스하키리그(KHL) 플레이오프에 참가 중인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용할 수 있는 자원 중에서 최상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이 중 일부는 NHL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불발되면 러시아 대표팀으로 평창을 밟을 기대주들도 포함됐다.
이들과 함께 빙판을 누비는 것 만으로도 백지선호로선 행운이었다.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에서 캐나다(1위)와 체코(5위), 스위스(7위)를 상대해야 한다. 실제 러시아와 갑자기 성사된 친선전 소식에 선수들도 놀라워했다. 안진휘(안양 한라)는 “처음 러시아랑 붙는다고 했을 때 ‘정말 우리하고 붙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만났던 팀들과 비교해 훨씬 더 수준 높은 러시아를 만난 대표팀은 18일 1차전에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수로 인한 실점이 나오는 등 2피리어드까지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3피리어드에서 안진휘의 만회 골로 추격의 불씨를 당겨 러시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자신감이 붙은 대표팀은 19일 2차전 1피리어드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곧바로 안진휘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분위기를 탄 대표팀은 2피리어드 4분33초에 성우제(안양 한라)가 역전골까지 넣었지만 2피리어드 중반 이후 2골을 내리 내줘 2-3으로 역전 당했다. 마지막 3피리어드에는 주전 수문장 맷 달튼(안양 한라)이 사타구니 통증으로 교체되며 2골을 더 헌납해 결국 2-5로 졌다.
결과는 2패였지만 대표팀은 평창 올림픽을 대비한 값진 경험을 쌓았다. 백지선 감독은 “러시아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며 “러시아는 우리에게 어떻게 경기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전은 우리가 더 성장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중의 하나”라며 “항상 60분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안진휘는 “그 동안 우리가 상대했던 선수들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의 선수들이었다”면서 “평창 올림픽을 위한 많은 공부가 됐다”고 밝혔다. 대표팀 에이스 김상욱(안양 한라)은 “톱 레벨 팀과 좋은 경험을 했다”며 “1차전 때는 상대가 워낙 세고,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이라 긴장했지만 2차전에서는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설명했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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