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끝난 뒤 만찬을 하지 않아 외교 결례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제안(만찬 초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맹관계 외교 수장을 일부러 만찬에 초청하지 않은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양국 의사소통 체계에 결함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동북아 순방을 유일하게 수행한 보수 온라인매체 ‘인디펜던트저널리뷰(IJR)’ 에린 맥파이크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만찬 거절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맥파이크 기자가 “피곤을 이유로 만찬을 취소해 한국보다 일본 방문 일정에 더 비중을 뒀다는 한국 언론보도가 있었다”고 질문하자, “그들(한국 측)에게서 아무런 제안을 받지 않았다”며 “한국 측은 마지막에 (만찬을 안 한 것이) 대중에 좋게 비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내가 피곤해 초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그러면 한국 측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저 그들의 설명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말을 얼버무렸다. 이어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미국)가 아니라 초청국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중요한 파트너(important partner)’로 표현한 반면, 일본은 ‘가장 중요한 동맹(our most important ally)’으로 규정해 양국을 대하는 시각에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옵션이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심화할 경우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외교부 당국자는 잡음이 커지자 19일 “한미 양국은 틸러슨 장관의 첫 방한이 갖는 중요성과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을 감안해 긴밀하게 일정을 조율했다”면서도 “만찬 일정과 관련해선 향후 적절한 설명이 있을 것을 본다”고 말해 혼선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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