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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야간관람 열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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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야간관람 열광, 왜?

입력
2017.03.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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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밤에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고궁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4년 10월 밤에 서울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으며 고궁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0년 시작된 경복궁 야간관람은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19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첫해 4일 간 개방해 6만9,753명 관람객이 찾았던 경복궁 야간관람은 점차 개방일수를 늘려 지난해에는 4회 120일 동안 35만3,087명이나 방문했다. 경복궁보다 1년 늦게 야간 특별관람을 시작한 창경궁 역시 첫해 1만2,998명이 찾았고 지난해에는 17만9,470명까지 늘었다. 두 궁궐 모두 봄에 2회, 여름과 가을에 각 1회씩 야간에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궁궐 야간관람이 인터넷 사전예매를 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엔 모든 표를 현장에서 판매했지만 하루에 수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면서 문화재 훼손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2013년부터 관람 인원을 제한키로 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의 아쉬움이 커지자 지난해에는 한복을 착용할 경우 야간 관람도 무료로 가능하도록 했는데 하루 동안 7,200명이 입장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결국 올해부터는 한복 무료관람도 1일 1,000명으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들은 궁궐 야간관람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지난해 남자친구와 경복궁 야간관람을 찾은 직장인 신모(27)씨는 “데이트 코스로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궁궐의 ‘밤 풍경’을 보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저렴한 입장료(3,000원)에 춤 공연과 화려한 조명 효과까지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복궁과 창경궁 야간 특별관람에서는 건축물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는 ‘미디어 파사드’와 국악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고궁음악회 등 행사가 함께 열린다.

문화재청은 궁궐의 다양한 활용을 위해 야간개방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중음식을 체험하면서 해설을 들으며 경복궁을 탐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회당 60명씩 15일간 운영된 별빛야행은 모두 매진됐다. 20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별빛야행은 운영일을 29일로 늘렸는데도 사전 예매 시작 30초 만에 모든 표가 동났다. 1인당 5만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창덕궁의 야간 특별관람 ‘창덕궁 달빛기행’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창덕궁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회당 150명만 얻을 수 있다. 연령층에 따른 선호도에는 차이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달빛기행은 20~30대 관람객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연인인 경우가 많은 반면 별빛야행은 40~50대가 더 많고 가족 단위 관람객이 주축을 이룬다.

야간관람이 상시 가능한 덕수궁보다 경복궁과 창덕궁, 창경궁 야간관람이 더 이목을 끄는 이유는 역시 ‘희소성’이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관람 인원이 제한돼 있어 남다른 소비를 하고 싶다는 경쟁심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에서는 시민들이 밤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술 말고는 없는 현실이 반영된 현상”이라고도 분석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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