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세계 톱 클래스 러시아를 상대로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세계 랭킹 23위)은 18일 강릉아이스하키센터에서 열린 세계 2위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3-4로 분패했다. 대표팀의 일방적인 열세가 점쳐졌지만 러시아가 진땀을 뺄 정도로 대등한 싸움을 펼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희망을 밝혔다.
늦게 터진 만회골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톱 클래스 팀을 처음 만난 대표팀은 긴장한 나머지 2피리어드까지 0-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마지막 3피리어드에서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다. 대추격의 신호탄은 안진휘(안양 한라)가 쏘아 올렸다. 안진휘는 3피리어드 시작 40초 만에 공격 지역 왼쪽 페이스오프 서클에서 러시아 골대 왼쪽 탑 코너를 찌르는 예리한 슈팅으로 만회골을 뽑아냈다.
안진휘의 골로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파상 공세를 펼치며 러시아를 당황시켰고 3피리어드 13분18초에 김기성(안양 한라)-김상욱(안양 한라) 형제가 엔드라인 근처에서 나온 상대 턴오버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며 한 골 차로 따라 붙었다. 러시아 수비수가 엔드라인에서 넘어지며 흐른 퍽을 골 크리스 앞에서 잡은 김상욱은 왼쪽에서 따라 들어오는 김기성에게 패스를 내줬고 김기성이 날카로운 스냅샷으로 마무리했다.
한국의 예상치 못한 맹공에 당황하던 러시아는 3피리어드 13분18초에 블라디슬라브 유세닌-비야체슬라브 유세닌 쌍둥이 형제의 득점으로 다시 달아났지만 백지선 감독은 경기 종료 3분53초를 남기고 타임아웃을 부른 데 이어 골리 맷 달튼(안양 한라)을 빼고 추가 공격수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에릭 리건(안양 한라)의 장거리 리스트 샷이 골대로 빨려 들어가며 다시 살얼음판 승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백지선 감독은 종료 2분여를 남기고 거듭 달튼을 빼고 엠티넷 플레이를 펼치며 사력을 다했으나 동점골을 뽑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안진휘는 경기 후 “만회골이 2피리어드에 나왔으면 상대가 더 당황했을 텐데 아쉽다”며 “최고 레벨 선수들과 부딪쳐보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도 됐고 한편으로는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 달튼은 “0-3으로 지고 있을 때 감독님이 ‘점수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것만 하자’고 했다”며 “한 점차 승부는 나도 놀랐던 결과였다”고 밝혔다.
적장 올레그 브라타쉬 러시아 감독은 “한국 대표팀이 발전 가능성 있는 경기를 펼쳤다”며 “팀워크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고 칭찬했다. 백지선 대표팀 감독은 “세계 톱 레벨 팀과 경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중요한 경험이었다”면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로 실점을 했는데 앞으로 이런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아이스하키 대표팀 친선 경기 2차전은 19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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