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중동 큰 손, 日ㆍ中에 ‘수백 조 선물’… 한국만 빠졌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중동 큰 손, 日ㆍ中에 ‘수백 조 선물’… 한국만 빠졌다

입력
2017.03.18 11:28
0 0

사우디 살만 국왕, 아시아 6개국 초호화 순방

“5대 교역국인데” 한국엔 방문 요청조차 안 해

사우디도 탄핵정국에 시큰둥… 정부 무능력 도마에

일본을 방문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왼쪽)이 13일 도쿄 총리 관저의 회담장에 도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을 방문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왼쪽)이 13일 도쿄 총리 관저의 회담장에 도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탄핵 정국과 대북 제재에 몰두하는 사이 주변 국가들은 중동의 큰손을 데려와 수백조원 규모의 경제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권력 공백기인 상황에서 우리 정부 당국의 외교 무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2월 26일부터 초호화 순방단을 이끌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6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장관 8명, 왕자 25명, 기업체 대표 800여명, 총 수행원 1,500여명, 여객기 6대, 400대의 고급 승용차. 방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수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규모 순방단이었지만 순방 대상국에 한국은 빠져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사우디 측에서 방한을 문의한 적도 없고 우리도 사우디의 방한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살만 국왕은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해 수백조원 규모의 선물 폭탄을 안겨줬다. 살만 국왕은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일·사우디 비전 2030’에 합의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수 담수화 사업을 진행하고 사우디에 일본 기업을 위한 경제특구를 설치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과의 회담에서는 지난해 체결한 1000억달러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조성 계획도 재확인했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건너뛴 살만 국왕은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65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했다.

사우디는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수입한 원유의 절반 이상을 재가공해 수출하는 한국의 경제 구조상 사우디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무역국에 해당한다. 사우디는 한국의 전체 원유 수입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한국과 사우디의 교역 규모는 2015년 기준 290억 달러로 사우디는 홍콩에 이은 5위 교역국에 해당한다.

사우디는 최근 계속되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체제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먹거리 산업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수장이자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비석유산업 진흥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안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핵심은 2조5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지닌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민영화를 통해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전략산업 육성을 육성하고 기술이전 등과 같은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사우디의 순방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중동의 큰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다. 우리 정부가 오직 탄핵 정국과 대북 문제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경제적 이벤트에는 신경을 못 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5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우디에 다녀왔고 지금은 실무적 후속조치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도 2015년에 사우디를 방문했고 심지어 아베는 지난해 사우디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해명은 불충분해 보인다.

김정현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