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상체에 붕대를 칭칭 둘러 싼 아이의 모습이 너무 참혹하다.
폐허가 된 거리에 물통을 들고 가는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지난 15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한 레스토랑에서 대형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민간인 25명이 사망했다. 2011년부터 발생한 시리아 내전이 6년이 지난 지금도 출구 없이 계속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ㆍ유니세프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내전으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가 652명이고, 6년간 1만7,400명이 사망했다. 생존중인 어린이 상당수도 언어장애와 야뇨증, 불안 등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군과 반체제세력 간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격이 스트레스의 가장 큰 이유이다.
2011년 초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찾아온 ‘아랍의 봄’은 수십 년간 독재정권에 시달리던 아랍권 상당수 국가의 국민들에게 민주화의 꿈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튀니지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곧이어 닥친 내전의 참극을 겪어야 했다.
특히 시리아의 상황은 참담하다. 처음 바샤르 아사드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적 권리 확대를 요구하는 반체제 세력과 정부군의 충돌로 시작된 내전은 점차 권력 투쟁 및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 분쟁의 성격을 띤 내전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 국가(IS)가 발호하고 주변국들이 각기 이해관계에 따라 개입하면서 시리아 상황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한 국제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됐다. 장기간 전쟁으로 발생한 대량 국외난민의 여파는 유럽의 난민위기와 극우 포퓰리즘 촉발, 중동 세력균형의 재편, 러시아의 급부상 등 지정학적, 정치적 변동까지 불러 일으키며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어른들의 권력과 이념, 종교적 갈등이 빚어낸 끔찍한 참상에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이 꿈을 일은 채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우리는 세상을 응시하는 이 아이들의 눈빛에 뭐라고 답할 것 인가.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 정리 박주영 blues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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