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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BBC 재택근무

입력
2017.03.1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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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과 관련해 아마도 박근혜 전 대통령 다음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된 사람은 로버트 켈리 부산대 교수일 것이다. BBC에 한국 정치 소식을 전하는 그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직후 집에서 관련 생방송 인터뷰에 응하다 일어난 해프닝 때문이다. 깜빡하고 방문을 잠그지 않은 탓에 네 살 딸과 9개월 아들이 현장을 유유히 방문했고 이를 눈치챈 한국인 부인이 아이들을 데려가는 장면이 그대로 방영됐다. 이 ‘방송 사고’ 동영상은 닷새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 패러디 동영상도 봇물 터진 듯 나오고 있다. 설정은 비슷하고 등장인물을 바꿔 유머나 메시지를 담았다. 스타워즈 주인공이 등장하는 웃자고 만든 동영상이 있는가 하면, 켈리 교수를 백악관 대변인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아이를 트럼프로 교체해 미국 정권을 풍자한 동영상도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최성 고양시장은 자신이 켈리 교수 역을 맡고 최순실 등을 분장 인물로 등장시킨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 ‘개그콘서트’ 코너 ‘핵갈린 늬우스’에서는 이 동영상 풍자 코미디를 오는 일요일 방송한다.

▦ 그중 눈길을 끄는 동영상이 두 편 있다. 하나는 ‘저 사람은 보모가 아니다’라는 패러디다. 켈리 교수 대역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아이가 들어오고 그를 한 여자가 허겁지겁 데리고 나가자 궁금해서 앵커가 물어본다. “보모냐” “보모가 아니라 내 아내다.” 그 뒤 한 흑인 여성이 들어온다. “하녀냐” “내 어머니다.” 이어 나이 든 남성이 들어온다. “정원사냐” “아버지다.” 켈리 교수 부인을 최초 ‘보모’로 잘못 안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비꼰 것이다.

▦ 켈리 교수 역할이 여성인 또 다른 동영상의 메시지는 더 의미심장하다. 인터뷰 중 아이가 들어오자 이 여성은 아이를 밀치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 젖병을 물린다. 이어 보행기를 타고 들어오는 동생에게는 장난감을 쥐여 준다. 탄핵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인터뷰에 동공에 흔들림 없이 답하면서 계속 요리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청소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화두로 삼는 나라에서 재택 근무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켈리 교수 해프닝도 병가지상사가 될 터이다. 하지만 결과가 다르지 않다면 켈리 교수처럼 아이를 밀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안아 올려 일하는 모습이 훨씬 보기에 좋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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