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헤어진 반려견을 6년 만에 다시 만난 노인의 사연이 공개됐다.
12일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기후현의 비영리단체 NPO는 지진 직후 주인과 헤어진 반려견 약 50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지금까지 16마리의 반려견은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나머지는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여전히 보호소에 남겨져 있다.
1년에 두 번, NPO는 반려견과 주인이 다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이날 재회한 주인공은 88세 스즈키 다케코 씨와 반려견 웰시코기 종 '마리'다. 열두 살이 된 마리는 살아온 생의 절반을 가족과 떨어진 채 이곳 보호소에서 지냈다.
마리는 스즈키 씨의 아들 '켄타'씨가 아끼던 반려견이다. 켄타 씨는 지진 당시 툇마루에 묶여 있던 마리를 안전한 곳으로 구조한 뒤 해일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제 켄타 씨의 흔적이 남은 것이라곤 그가 구해낸 마리가 유일하다. 스즈키 씨는 대지진 후 피난처를 전전하다 올해 1월 재해 공영 주택에 입주해 겨우 안정된 생활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잃어버렸던 마리를 다시 만난 스즈키 씨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미리 준비했던 간식을 꺼내 주며 마리를 한껏 보듬어 안았다. 마리 역시 6년 만에 나타난 스즈키 씨의 품으로 단박에 뛰어들었다.
스즈키 씨는 "내게 남은 것은 마리 뿐"이라며 "마리는 아들이 남기고 간 마지막 유품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리와의 짧은 만남을 끝낸 뒤 스즈키 씨는 홀로 돌아가야 했다. 스즈키 씨는 "마리와 함께 살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며 "재해 공영 주택에선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가 "꼭 다시 만나자"며 돌아설 때까지 마리는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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