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교수, 지난해 6월 스스로 목숨 끊어
학내 대자보 및 성추행 누명으로 고통
최근 대학 진상조사, 다른 교수가 저질러
부산의 한 대학교수가 ‘제자 성추행’ 누명을 쓰고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학교측 조사 결과 성추행범은 동료교수였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동아대 손모(33) 조교수는 지난해 6월 7일 오후 부산 서구 자신의 원룸에서 투신해 숨졌다. 손 교수는 당시 성추행 의혹에 시달리고 있었다.
의혹은 한 장의 대자보로 인해 불거졌다. 같은 해 5월 자신을 해당학과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학생은 대자보를 통해 “야외스케치 행사 후 술자리에서 교수 2명이 술에 취해 학생의 속옷과 엉덩이를 만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연루된 교수는 학생 전체에게 공식 사과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학과는 대자보가 붙기 두 달 전 경주에서 야외스케치 수업을 했다. 손 교수는 자신은 결백한데도 일파만파 번지는 의혹에 괴로워하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부산 서부경찰서의 조사결과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손 교수가 재직한 학과 A씨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 했다는 소문이 돌아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의미로 대자보를 붙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동아대 자체 진상조사 결과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교수는 손 교수와 야외수업을 함께 갔던 B교수로, 스승 지위를 이용해 입막음을 한 정황까지 파악됐다. 대학 측은 올 1월 A씨를 퇴학처분하고 이달 들어 B교수를 파면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