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ㆍ2호기와 고리 3호기, 한울 1호기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 4개 호기에서 원자로가 방출하는 방사선이 밖으로 누출되지 않게 막아주는 철판 일부가 부식돼 있었음이 확인됐다. 원자력안전당국은 유사한 결함이 더 있는지 전체 원전을 대상으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6일 제67회 전체회의를 열고 위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또 이날 회의에선 지난달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취소 판결에서 법원이 결격 사유로 언급했던 조성경(명지대 교수) 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6월과 12월 각각 한빛 2호기와 1호기의 정기점검 과정에서 격납건물 내부 철판 일부가 부식된 현상이 발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후 전체 19기 원전을 대상으로 같은 현상이 발생했는지 조사해왔다. 이날 원안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검사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9기 원전 가운데 4기에서 유사한 결함이 확인됐다. 원안위는 정밀점검을 진행 중인 고리 3호기를 제외한 3기는 해당 결함 보수를 마치고 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고리 1호기, 신월성 1호기, 한울 4호기, 한빛 3호기는 점검결과 문제가 없었으며 나머지 10기 원전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검사를 시작해 내년 4월까지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원전을 둘러싼 둥근 돔 형태의 격납건물은 두께 1.2m의 철근 콘트리트 외벽으로 구성돼 있다. 콘크리트 안쪽에는 두께 6㎜의 철판이 있다. 내부 철판은 콘크리트 외벽과 함께 방사선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원전 안전에 필수적인 구조물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과정에서 부식이 발견된 일부 철판은 두께가 약간 줄어 있었다. 한빛 1ㆍ2호기와 고리 3호기는 1980년대 상업운전을 시작한 오래된 원전이다. 원안위 조사에 따르면 부식의 직접적 원인은 콘크리트 틈으로 수분ㆍ염분 등이 유입된 뒤 생기는 산화ㆍ환원작용이다. 원안위는 벽체 타설 이후 돔 타설까지 수개월의 기간이 걸리는 과거 시공방법 때문에 수분ㆍ염분 침투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사의를 표명한 조 위원은 “서울행정법원의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관련 판결을 존중한다”며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위원직을 그만두려 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조 위원의 임기(3년)는 만료일(6월 7일)까지 2개월여가 남아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원안위가 2015년 2월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허가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 사유 중 하나로 재판부는 원안위 위원 2명(이은철 당시 위원장, 조 교수)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원안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한 사람은 원안위 위원이 될 수 없다. 월성 1호기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조 위원이 2010~2011년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원전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이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원안위는 부지선정위는 원전 건설이 이미 결정된 이후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이라 원자력이용자의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 교수도 이 문제에 대해 “2015년 별도로 제기됐던 위원 임명 무효소송에 대해 같은 서울행정법원이 각하 판결로 종결했는데도 다시 언급된 것은 의아하다”며 “이후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안위는 월성 1호기 패소 직후 항소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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