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소재 A 대학의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에서 벌어진 성차별적 발언에 대한 불만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지난 3월 초 한 단과대학의 새터에서 진행된 여장 남자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학생회 측은 전통이라는 이유로 각 학과에서 남자 신입생을 사전에 한 명씩 뽑아 여장을 시켜 무대로 내보냈다. 진행을 맡은 재학생은 여장 남학생들에게 “남자 선배를 유혹해 보라”고 요구했고 이에 여장 학생들은 남자 선배에 다가가 웨이브를 추는 등의 선정적인 동작을 했다. 이때 진행자가 여장 남학생들에게 “게이가 아니냐”는 발언을 한 것.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학생은 “강제로 참여하게 해 놓고 굴욕을 준 셈이다”라며 “여장한 학생을 보고 웃는 것은 여성성을 희화화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한 진행자의 발언이 남성 동성애자들이 모두 여성과 같은 몸짓을 한다는 편견을 일반화 시키는 발언인 만큼 성소수자를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학생회가 젠더 편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 새내기가 이런 억지 여장을 해야 하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이 행사를 지켜본 신입생 김모(19)씨는 “당시 분위기가 싸해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속으로는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며 “주변에서 거슬렸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회 측은 여장 프로그램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단과대학 이모 학생회장은 “자발적이진 않았지만 여장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며 “주변에서 보기에 반 강제적이었다고 오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성소수자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올바른 발언은 아니었지만 행사 진행 중 자연스럽게 나온 발언”이라며 “일부 항의하는 학생들이 있어 이미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새터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 발생하는 성폭력은 비단 A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북의 B 대학에서는 새내기와 선배가 모인 자리에서 새내기에게 스킨십을 강요해 논란이 일었다. 일부 재학생들이 신입 여학생을 지목해 특정 남자 선배의 볼에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도록 요구한 것. 서울의 C 대학에서는 새내기 행사에서 남녀 간 스킨십이 이뤄지는 게임을 진행하며 여학생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해 온라인상에서 공분을 샀다.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자 각 대학 학생회에서는 대응 매뉴얼 제작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사례들에 대한 대응 방법과 사후 처리 방법을 만들어 배포했다. 여기에는 남녀 공간 분리, 여장 대회 자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한양대 사범대학에서는 새터를 앞두고 러브샷, 게이ㆍ레즈샷, 장기자랑, 성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A 대 단과대학에서도 새터 당일 외부 강사를 초청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실효성 있는 조치로 이어지지 않기에 새터에서의 성폭력 논란은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상황이다. 동덕여대 손승영 여성학 전공 교수는 “예방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교육을 듣는 사람이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관련 사례를 발굴해 직접 제재를 가하는 등 잘못된 문화를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한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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