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소식은 남쪽에서부터 들려온다. 전령은 꽃이다. 남쪽엔 이미 봄의 기운을 한껏 머금은 꽃들이 봉오리를 터트리며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런 꽃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 자연의 섭리가 신비롭게 느껴진다. 어떻게 매년 때에 맞춰 정확히 꽃이 피고 지는 걸까?
지난 15일 봄을 찾아 섬진강으로 향했다. 구례에는 노란 산수유꽃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고, 광양과 하동엔 코끝을 자극하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다음은 벚꽃이 출격을 준비 중이다. 봄은 여느 때처럼 천천히 북상 중이다. 길가에 수 놓인 꽃나무들 덕에 봄날의 드라이브도 즐겁다.
나무에 팝콘이? 매화 필 무렵
광양으로 이어지는 길 곳곳엔 매화꽃이 즐비하다. 매실 농장이 많아 이맘때쯤이면 만개한 매화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동과 가까운 매화마을에 이르면 경치는 극에 달한다. 아쉽게도 올해 매화 축제는 AI의 우려 때문에 취소됐지만, 변한 건 없다. 매화는 여전히 피었고, 이를 보러 오는 사람은 많다.
산 중턱에 자리한 매화마을은 3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숨은 가빠지지만, 풍경은 그만큼 보답한다. 섬진강과 매화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계속 보고 있어도 감동적이다. 매화마을의 중심엔 매실 명인 홍쌍리 씨가 운영하는 청매실농원이 있다. 이곳 수천 개의 항아리에는 매실액과 매실 장아찌 등이 익고 있다.
산수유꽃이 발광하는 구례
구례는 지금 온통 노란 빛이다. 전국에서 산수유나무가 가장 많다는 산동면을 찾았다.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길가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아기 산수유꽃들이 마치 누군가 조명을 걸어놓은 것처럼 나뭇가지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구례 산수유꽃은 이번 주말을 시작으로 다음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산수유꽃을 제대로 즐기려면 지리산온천관광단지로 가면 된다. 현재 이곳은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구례 산수유꽃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풍년기원제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 행사가 펼쳐진다. 본격적인 축제는 아직 시작 전이지만 분위기는 이미 축제와 다름없다.
남도의 맛, 속 시원한 재첩국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재첩국은 남쪽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다. 재첩은 섬진강과 낙동강 하류에서 서식하는 작은 민물조개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국물 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도 많이 먹는다. 요리법은 어렵지 않다. 재첩을 삶은 국물에 재첩살과 부추 등을 넣어 끓이고 소금으로 간만 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어느 식당을 가도 재첩국의 맛은 서로 비슷하다.
[영상] 섬진강 봄꽃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광양=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