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구학교 효력정지
경북도교육청 “항소할 것”
국내 유일의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가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국정교과서를 쓸 수 없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거센 여론의 반발 속에 강행해 온 국정교과서 수업은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7일 문명고 학부모 5명이 제기한 ‘문명고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고, 본안에서의 확정판결 확정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시키더라도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의 의결이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에 대해서만 교원동의율 지침 배제 ▦신청서에 누락된 학교장 직인 사후 보완의 위법성 등을 본안에서 충분히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대해 학부모들은 대환영했고, 문명고 측도 법원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오일근 한국사국정교과서연구학교저지 학부모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교육의 주체가 학생들이라고 한 결정으로, 대단히 기쁜 일”이라며 “학교가 연구학교 지정을 자진 철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도 “법은 국회가 만들고 판결은 사법부의 판사가 하며 이를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로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대통력 탄핵 등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들며 유감을 표시했다.
문명고는 최근 채용한 기간제교사를 통해 20일부터 국정역사교과서를 1학년들에게 배포하고 수업할 계획이었다.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문명고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고 소송기간과 대선 결과 등에 따라 국정역사교과서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명고에선 현재 검정교과서로 역사 수업을 하고 있어 학생들이 입는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본안 판결 때까지 교육 과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교육청은 대구지법의 인용결정에 대해 항소할 뜻을 비쳤다.
문명고는 연구학교 지정신청에 앞서 개최한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대 7로 부결되자 정회한 뒤 학교장이 학부모 위원들을 설득, 다시 표결에 부쳐 5대 4로 통과시켰다. 또 교원 동의율이 73%로 80%에 미달했지만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이 이번 건에 한해서만 동의율과 무관하게 신청토록 허용했으며, 학교장 직인을 찍지 않고 신청서를 접수했다가 뒤늦게 보완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2일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며 본안 소송 격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이 소송 확정판결 때까지 교과서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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