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ㆍ민주 양당의 의회 지도부가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이른바 ‘오바마 도청지시’는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ㆍ하원 정보위원회에서 러시아 관련 모든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계속 확대해가며 진행 중이다”라며 “적어도 우리 정보 당국과 관련해선 그런 도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상원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상원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트럼프타워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미 정부에 의해 사찰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캘리포니아) 하원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애덤 쉬프(캘리포니아)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은 없었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누네스 위원장은 “지난주에도 말했듯이 증거(부재)는 여전히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실제 트럼프타워에 대한 도청이 있었다고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미 의회 지도부가 이처럼 당파를 초월해 오바마 도청지시 주장을 일축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특히 하원 정보위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도청 의혹 주장을 철회하거나 법무부가 관련 증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진상규명을 위해 법무부 및 관련 산하 기관을 상대로 강제 조치를 밟을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한 상태다. 하원 정보위는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트럼프타워를 도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지난 13일까지 제출할 것을 법무부에 명령했으나 법무부는 이를 지키지 못한 채 시한 연장을 요청했고, 이에 정보위는 ‘러시아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청문회가 예정된 20일 이전까지로 시한을 연장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도청 주장을 꺾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도 “도청은 많은 다른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매우 흥미로운 것들을 앞으로 2주 동안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도청 관련 정보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