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멋대로 위원 선정
권한 없는데도 회의소집
상위법위배ㆍ옥상옥 논란
과다 위원 예산낭비 지적
市, “수정검토 후 재상정”
전남 순천시가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의견수렴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시민위원회’ 운영 조례안이 제정도 하기 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위원 선정을 시장 멋대로 할 수 있도록 해 거수기 전락 우려가 있는데다 위원회가 단순 자문을 뛰어넘어 핵심사안 의결권까지 행사해 상위법 위배와 옥상옥(屋上屋) 이란 비판도 나온다.
순천시는 최근 ‘청사건립 추진 시민위원회 운영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민위원회는 신청사 위치 선정, 시민 여론 수렴 및 홍보, 원활한 추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은 시의원, 관계공무원, 시민 등 70명 내외로 구성하며 시장이 위촉한다.
하지만 권한이 없는 시장이 운영에 깊이 개입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조례안에는 시장이 위원에서 빠져 있지만 필요하면 회의 소집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또 위원회가 관련 전문가나 기관, 단체 등의 추천도 없고 위촉 기준도 없이 시장 마음대로 위원을 선정하도록 했다. 위원회가 자칫 시장 친위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원회 기능도 논란거리다. 신청사 위치 선정 등 민감하고 중대한 정책까지 심의ㆍ의결하도록 해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단순 자문기관의 성격을 뛰어넘어 법에 위배되고, 의결권이 주어져 의회의 권한까지 축소시켜 옥상옥 조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시장의 책무인 신청사 건립을 시민위원회에 떠넘겨 책임 전가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순천시의회 한 의원은 “위원회에서 어떤 권한도 없는 시장이 위원 선정ㆍ해촉부터 운영 전반에 개입하며 권한은 키우면서도 위원에서 빠져 있어 건립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 보인다”고 지적했다.
위원도 70명 내외로 구성해 예산낭비 비판도 나온다. 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위원에게는 10만원 안팎의 수당과 여비가 지급될 것으로 알려져 2019년 8월 15일로 계획된 청사건립 착공 시점까지 2년여간 회의 수당으로만 상당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조례안은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각종 문제제기로 인해 지난 15일 열린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직권으로 상정을 거부한 임종기 순천시의회 의장은 “위원회를 심의ㆍ의결기관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 않고 법 위배 조례안 상정은 할 수 없었다”며 “시장은 청사 건립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시민과 충분한 토론과 공청회를 통해 신축 타당성 여부를 따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시 신청사 건립은 2005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위치 선정과 예산 확보 등 문제로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해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1979년 준공된 현 청사는 안전구조진단 결과 C~D등급 판정을 받아 긴급 보수ㆍ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올해 타당성 조사 용역비와 청사 건립 기금으로 100억원을 확보했으며 2019년 8월 착공해 2022년 개청 예정이다. 사업비는 1,000억원이 소요된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조례안이 시의장에 의해 제동이 걸려 유감이다”며 “위원 70명은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한 것이고 심의ㆍ의결권은 구속력이 없는 위원회 자체 의결의 의미이며, 권한 없는 시장의 회의 소집 등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용 등은 검토해 다시 의회에 상정되도록 할 계획이다”고 해명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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