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기업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16일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그룹 전ㆍ현직 임원 3명을 소환 조사했다. CJ와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도 임박했다고 한다. 앞서 특검팀은 삼성그룹 외에도 대가성 의혹이 불거진 대기업들을 수사하려 했으나 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않아 포기한 바 있다. 엄정한 조사로 대가성 여부를 철저히 규명해 마땅하다.
SK그룹은 2015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 대가로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회사 자금을 빼돌려 선물투자를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으나 2년7개월 만에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김 전 의장이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20일 만에 이뤄진 일이다. 그룹 수뇌부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하늘같은 은혜 잊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사면 직전 최 회장을 찾아가 “왕 회장(대통령)이 귀국(사면)을 결정했는데 우리에게 숙제를 줬다”고 말한 사실이 특검 수사에서 밝혀졌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 청탁 의혹이,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면세점 신규 특허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대기업들은 두 재단 출연이 권력의 강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서 드러났듯이 기업의 현안 청탁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현안 해결을 기대해 돈을 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삼성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강도 높은 수사와 처리가 불가피하다.
다만 수사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곤란한 처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말부터 반년 가까이 이어진 수사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 엄살만은 아닐 것이다. 최 회장은 출국금지로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하고, 롯데 신동빈 회장도 중국의 사드 보복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이런 마당에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끝내 원활한 기업 활동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대기업 조사가 상당히 진척돼 있는 만큼 가급적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실체 규명을 위해 의혹의 핵심을 철저히, 그리고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인망으로 바닥까지 마구 긁어대는 수사여서는 안 된다. 수사에 차질을 빚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게 매듭짓는 게 지금 검찰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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