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기 ‘동행과 행동’ 대표
7년간 이주노동자 90여명에
응급치료ㆍ장례비 1억여원 후원
“매월 1,000원이면 이주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부산 수영구 한바다중학교 특수교사로 재직 중인 이정기(56)씨의 또 다른 직함은 이주노동자를 돕는 봉사단체 ‘동행과 행동’의 대표다.
동행과 행동은 학교에서 동료교사들과 함께 월급 일부로 청소년가장ㆍ장애인ㆍ미혼모를 돕던 그가 2010년 2월 후원 대상을 이주노동자로 바꾸며 설립한 단체다. 중ㆍ고교에서 수학과 기술을 가르치다 좀 더 보람찬 일을 하고 싶다며 1996년 특수교사로 전향했던 그가 정식으로 기부단체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때다.
단체 설립 초기에는 회원 5명이 인터넷 검색과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어려운 이주노동자를 돕기 시작했다. 회원을 늘리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 국내에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인을 돕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이 교사는 “그런 시선을 받을 때마다 코리아드림을 꿈꾸고 온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일은 국격을 높이는 일”이라며 상대를 설득했다.
지난달 설립 7주년을 맞은 이 단체가 최근까지 이주노동자 90여명의 응급치료비와 장례비 등으로 쓴 후원금 규모는 1억2,289만원이다. 이달 현재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회원 수는 230여명으로, 회원 중에는 이 대표의 제자도 10여명이 포함돼 있다. 이 교사는 “제자들이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면 나는 그 대가로 ‘동행과 행동’ 회원가입을 부탁한다”고 했다.
단체 설립 초기보다 회원 수가 크게 늘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주노동자들이 아직 많아 회원 유치에 계속 힘쓴다는 것이다. 그는 “후원금 이자 역시 이자노동자 지원에 들어간다”며 “단체 운영비는 운영위원들 사비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외 다른 사람들도 돕고 싶단 그는 “회원 10만명을 모아 매달 후원금 1억원으로 일본 조선인학교 교재와 문구를 지원하는 것을 포함해 각각 다른 종류의 봉사활동 10가지를 펼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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