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점 업계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또 다시 신음하고 있다. 내부에선 지난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졌던 선정 기준 의혹이 사정당국의 표적 수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외부에선 큰손으로 군림했던 중국 관광객들이 급감함에 따라 당장 현실적인 영업손실도 불어날 조짐이다. 특히 신규 면세점 인허가 과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었던 최순실게이트와 연관된 것으로 포착한 사정당국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면세점 업계의 긴장감도 더해지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순실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SK그룹 전현직 임원 3명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인허가 과정에서 변경된 선정 기준에 대해 수사 중인 검찰은 앞선 지난 13일 면세점 인허가 업무 담당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검찰이 대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사 재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SK를 상대로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인허가 중심엔 롯데 또한 서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검찰 수사가 면세점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최근 국내 면세점 업계는 끝없이 잡음에 시달려왔다. 5년으로 제한된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 문제에서부터 신규 면세점 선정 특혜 논란과 등록제 도입을 포함한 현안이 잇따라 불거졌지만 해당 업체나 관계 당국의 이해가 상충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면세점 자체 경쟁력만 놓고 본다면 다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면서도 “면세점 운영 능력과는 무관한 제도나 규제로 인해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에 대한 보복 조치로 내려진 중국 정부의 ‘금한령’(온오프라인내에서 자국내 여행사들의 한국 관광 상품 판매 중단)은 면세점 업계 발등에 떨어진 더 큰 불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1,724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의 비중은 46.8%(806만명)에 달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에서 중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 HDC신라, 신세계, 두타 등 국내 주요 면세점 업체들의 중국 매출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중국 관광객들의 방한 금지가 국내 면세점 업계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HDC신라 209억원, 신세계면세점(명동점) 525억원, 갤러리아면세점 265억원, 두타면세점 300억원대, SM면세점 200억원대 등의 연간 영업 적자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를 명분으로 한 중국 정부의 자국민 단체 방한 금지가 이어진다면 국내 면세점 업계 실적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 관광객 유치 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워낙 중국 관광객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피해도 현실화 되고 있다. 당장, 중국 단체 관광객들의 전면 방한 금지가 이뤄진 지난 15일 국내 주요 면세점 실적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A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모르긴 해도 우리를 포함한 다른 면세점 업체 매출 감소율도 두 자리 수 이상은 될 것”이라며 “중국 관광객들의 방한이 계속해서 금지된다면 면세점 업계의 생존도 장담할 순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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