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페이스북 라이브 출연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아프리카TV 일일 BJ,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페이스북 라이브 채팅…. 대선 주자들의 뉴미디어 활용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이번엔 자율 감각 쾌락 반응(ASMR)을 이용한 자기 소개를 하는 영상까지 나왔다.
“안녕하세효오~ 더불어민주다앙~ 대통합 예비경선후보~ 최성입니다하~” 어두컴컴한 사무실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앉은 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후보 중 하나인 최성 고양시장이다. 지난 14일 최 시장의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약 3분여간의 영상에서 최 시장은 시종일관 속삭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ASMR은 사람이 속삭이는 소리, 바람부는 소리, 종이가 바스락대는 소리,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귀를 청소할 때의 소리 등 백색소음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원리를 일컫는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는 ‘힐링’을 목적으로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에서 ASMR 영상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 시장은 영상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ASMR로 자기소개를 준비했습니다”라며 비닐봉지를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고구마말랭이를 먹고, 사이다 캔을 따서 컵에 따르거나 생수병 뚜껑을 따는 등 ASMR영상에서 주로 등장하는 백색소음을 연출했다.
하지만 와중에도 최 시장은 본인 홍보도 알차게 진행했다. 최 시장은 고구마말랭이 봉지와 사이다 캔에 덧붙인 본인의 이름인 ‘최성’을 보여주고, “국회의원직과 고양시장을 경험해 국정운영에 능통하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영상의 마지막에 “저 최성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세요”라고 속삭이며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다.
네티즌들은 대체로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정치인이 ASMR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고양이 탈을 쓸 때부터 최성 고양시장의 끼를 알아봤다”등 긍정적인 내용의 반응이 유튜브 댓글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자기소개가 최 시장에게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영상은 최 시장이 보좌진들에게“더이상 나 이제 안 해”라며 앙탈(?)을 부리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다양한 자극을 요구하는 뉴미디어 시대에 적응하려는 정치인들의 고군분투를 한번 확인해보자.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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