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상급자나 내부 시책을 비판한 직원을 ‘을질 직원’이라고 지목한 경찰 내부 자료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에서 전국 경찰서 청문감사관을 대상으로 한 경찰청 주관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에선 “상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외에 조직 화합을 해치고 정당한 지시를 갑질로 포장하는 이른바 을질을 하는 직원도 있다. 조직 관리를 위해 대응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워크숍 이후 모 지방경찰청은 논의 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만들면서 을질 직원의 사례로 인천경찰청 소속 A 경장을 지목했다.
A 경장은 1월 SNS에 “(신임) 경찰서장이 체납 과태료 징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에게 경쟁을 시키고 있다”는 글을 올리는 등 조직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다. A 경장은 인천의 한 경찰서장이 소속 직원들의 두발과 수염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을 지난 1월 경찰인권센터 SNS에 제보하기도 했다. A 경장은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직원에게 보복성 인사 조치를 했다가 강등된 서울의 한 경찰서장을 처벌해달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내기도 했다.
A 경장은 소속 경찰서에서 강도 높은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과 4일, 7일 3차례에 걸쳐 20시간 넘게 감찰 조사를 받은 A 경장은 “표적 감찰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찰 쪽에서 제가 과거 공무집행방해와 모욕 피해자로 조사 받을 때 작성한 피해자 진술조서가 제 방식대로 작성됐다며 허위공문서 작성죄에 해당된다고 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SNS에 공문을 올린 것을 문제 삼기도 했는데 비공개 문서 이외에는 무조건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A 경장에 대한 감찰 조사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 경장이 SNS나 경찰 내부 게시판에 윗선의 심기를 건드리는 글을 워낙 많이 올렸다”며 “징계가 확정됐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A 경장에게는 중대한 비위사실이 있고, ‘피해를 받았다’는 상ㆍ하급자들의 문제 제기도 많았다”라며 “A 경장이 상급자를 비판한 것은 본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감찰조사는 이런 문제가 생기기 전인 지난해 이미 착수했기 때문에 ‘표적 감찰’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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