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스모그 재앙’이 북극해의 빙하 감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에선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자마자 또다시 스모그에 뒤덮였다.
16일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진이 35년간의 기상 자료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3년 1월 중국 동부지역에서 오염물질 배출량에 별다른 증가가 없었는데도 스모그가 특히 강했던 것은 2012년 8~11월 북극해 빙하가 사상 최저치에 도달한 결과였다. 빙하가 평소보다 많이 녹으면서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에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북극과 동북아시아 사이의 기압 분포가 평년과 달라지면서 계절풍이 약화됨으로써 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북극해 빙하가 많이 녹아내린 뒤 12월 말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의 수도권과 동북지역에 일주일 넘게 짙은 스모그가 지속된 이유를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구자호 연세대 연구교수는 “앞으로도 북극해 빙하 면적의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동북아 지역의 대기가 정체되고 오염도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오염물질의 배출량과 함께 북극의 기후 변동 측면에서도 대기오염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중국의 수도권과 동북지역은 양회 폐막 이튿날인 이날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에 휩싸였다. 베이징의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는 한 때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8배가 넘는 209㎍/㎥까지 치솟았다. 이는 양회 기간 중 가동을 중단했던 공장들의 재가동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맑은 하늘은 사치품이 될 수 없다”며 스모그 대응 강화를 약속한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국 지도부를 조롱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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