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을 ‘김정남’으로 공식 확인한 가운데, 말레이 부총리가 15일 그 신원 확인에 아들의 DNA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신원 확인 방법을 보다 구체화 한 것으로, 북한과의 공식 협상을 앞두고 대북 압박용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시신을 ‘김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 부총리가 "수사당국이 김정남의 아들로부터 얻은 DNA샘플을 근거로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만 신원 확인에 활용된 DNA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DNA를 제공한 아들로 추정되는 김한솔(22)은 지난 8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당했다. 나는 현재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있다”며 자신과 가족의 존재를 간접 확인했을 뿐 은신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정남은 김한솔 외에도 베이징에 있는 첫째 부인 신정희 사이에 아들 금솔을 두고 있다.
말레이가 유가족 DNA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힘에 따라 시신이 누구에게 인도될지도 주목된다. 말레이 경찰은 그간 신원 확인과 시신 인도를 위해 유가족이 DNA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자히드 부총리는 이날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민 9명의 귀환 조건으로 김정남 시신을 북한에 넘길 수 있는지를 묻는 말에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말레이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방부처리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시신의 북한행을 점치기도 했다. 시신의 방부처리가 통상 항공기를 통한 수송 전에 이뤄진다는 점, 말레이와 북한의 공식 협상이 임박한 점 등을 들었다. 현지 뉴스트레이츠타임스(NST)는 보건당국이 12일 오후 민간장의업체로 시신을 옮겨 방부 처리를 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가 사건 당시 ‘김철’ 이름으로 된 북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하고 있던 김정남의 신원을 공식화한데 이어 이날 신원 확인에 사용된 DNA까지 밝힘에 따라 북한은 더욱 곤혹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