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폐습”
김기춘 측 “정당한 인사”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변호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결정문을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며 날 선 법리 공방을 벌였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과 김 전 실장 측은 공소장에 기재된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직권남용)의 인정 여부를 놓고 또 한번 충돌했다. 앞선 기일에서 김 전 실장 측은 ‘과거 정권에서도 행해졌던 이념적 정책 집행의 일환’일 뿐이라고 특검의 공소사실을 반박한 바 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논란의 본질은 이념 대립이 아니라고 피력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가 좌우 이념 대립에 기초한 것이며 과거 정권에서도 행해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목에 불과하다”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상상할 수 없는 정파적 편 가르기가 있었고, 그것이 국가 최고 기관에 의해 자행됐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특히 지난 10일 헌재 결정문 중 안창호 재판관이 낸 보충의견을 인용해 논리를 강화했다. 특검은 “헌재가 보충의견으로 ‘이번 사건 탄핵심판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명시했듯 본건(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념 문제와 무관하다”며 “이념을 운운하는 건 ‘부패 대 반부패’문제를 ‘보수 대 진보’ 문제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문체부 1급 공무원의 인사권을 남용한 혐의에 대해서도 “헌법과 법률 지배하에 있어야 할 최상위자가 자의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게 직권남용이 아니면 어떤 게 직권남용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이번엔 김 전 실장 측이 헌재 결정문을 언급하며 1급 공무원 인사권 남용 혐의를 방어했다. 김 전 실장 측은 “헌재의 탄핵결정문에 1급 공무원에 대한 인사는 최순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돼 있다”면서 “장관 교체기에 새로운 장관의 의사에 따라 (인사가)이뤄진 것으로, 부당한 동기로 이뤄졌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김 전 실장 측은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에 대해서도 “진보를 완전히 배제하라고 한 게 아니라 균형을 유지하라고 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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