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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때리고 미국 달래는 ‘중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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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때리고 미국 달래는 ‘중국의 두 얼굴’

입력
2017.03.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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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한국관광 금지 시작

한국상품 불매 운동도 부추겨

“미중 통상ㆍ환율 충돌 원치 않아”

트럼프 정부엔 유화적 제스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국관광 금지가 전면 확대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평소와 달리 부쩍 한산하다. 연합뉴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한국관광 금지가 전면 확대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평소와 달리 부쩍 한산하다. 연합뉴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해 미국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한국에만 보복의 칼날을 사정없이 휘두르고 있다. 사드가 미국의 대중 봉쇄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내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고려해 정작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는 입을 다문 반면, 한국에는 예정대로 ‘소비자의 날’인 15일부터 여행사를 통한 모든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금지하고 한국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부추기는 등 협량한 보복을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과도정부 상태로 ‘약한 고리’처지가 된 한국을 두드려 사드를 앞세운 미국의 봉쇄전략을 무너뜨리려는 중국의 계략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드를 둘러싼 이 같은 중국의 ‘두 얼굴 전략’으로 인해 관광객 급감, 관련 산업 피해 등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눈더미처럼 커지고 있다.

중국은 이날 한국과 미국을 향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메시지를 내놨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장시간에 걸쳐 미중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정부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다. 리 총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음을 언급한 뒤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이 크지만 기업 이익의 90%는 미국 기업이 가져가고 중국 기업의 이익률은 2∼3%에 불과하다”면서 “중미 간 무역과 투자로 지난해에만 미국에 1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상ㆍ환율 문제로 미국과 충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에선 이날도 로버트 라이시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내정자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철퇴를 가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리 총리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나 사드 주한미군 배치 등 양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이미 존중 의사를 밝힌 ‘하나의 중국’ 원칙을 “미중관계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중국은 미국이 이 마지노선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사드 배치와 같은 다른 문제는 협상을 통해 풀어갈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며 한결 트럼프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사전 질의ㆍ응답 시나리오가 준비되는 리 총리 기자회견의 첫 질문자로 중국 언론이 아닌 미국 CNN을 배치하고, 미중관계 전망을 묻게 한 것도 정치적 계산의 반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이날부터 자국 여행사들의 한국행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금지하는 등 사드 보복의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관광ㆍ항공ㆍ여행ㆍ면세점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날 해양수산부는 전날 기준으로 연말까지 중국을 출항해 국내 기항하는 크루즈 일정 중 182항차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 36만명이 발길을 돌린 셈이다.

다만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315 완후이(晩會)’는 우려와 달리 이날 롯데마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지 않았다. 한국 때리기에 다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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