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헌법에 의해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하는 듯한 보도를 연일 쏟아내 언론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헌법재판소(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 찬성하는 의견이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MBC의 최근 보도 행태는 여론과 크게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12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옮긴 박 전 대통령의 소식을 전하면서 청와대에서 출발하기 직전 상황에 대한 리포트를 연달아 3꼭지나 전면 배치했다. “참모들 안타까움 토로” “눈물의 송별” “무거운 작별인사” 등 내용적 차이가 없을뿐더러 동정 여론을 자극하는 뉘앙스였다. 이와 반대로, 사실상 불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잠시 언급하는 데 그쳐 축소 보도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13일에는 친박계 의원들의 행보를 집중 보도했다. 친박의 구심점인 이정현 의원이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 분석하는 기사까지 느닷없이 등장했다. 14일에도 “숨죽이던 친박계 분주, 정치세력화 모색?”이라는 제목 아래 친박계가 결집하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갔다. MBC 내부에선 “친박 세력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헌재의 파면 결정을 반박하는 듯한 보도도 눈에 띈다. 11일 “박(朴) 해명 인정 안 한 헌재”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각 사안별로 헌재 결정문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들을 뒤에 붙여 박 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양측 발언을 편집하는 순서를 바꿔서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왜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설명하는 게 상식적이다.
집회 관련 소식을 전할 때도 MBC는 다른 언론들과 달리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보다 앞에 배치했다. 중요도에서 우위로 판단한 것이다. 헌재 결정이 나온 10일에는 “보수세력 결집, 태극기 집회 새 바람”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주최 측 추산 누적 참가자 1,500만 명. 19번에 걸쳐 펄럭였던 태극기의 물결은 대통령 퇴진을 막지 못했지만 보수권 집회의 새로운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탄핵 반대 집회에서 3명이 사망하고 취재진과 경찰 수십 명이 다친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라 편파 보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보도뿐 아니라 시사교양 부문에서도 지난 13일 방송 예정이었던 MBC스페셜 ‘탄핵’ 편이 불방돼 뒷말이 무성하다. 12월부터 프로그램을 준비해온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돌연 제작 중단과 편성 취소를 통보 받았다. “사전에 보고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앞서 담당 부장과 국장은 “본부장이 제작을 승인했다”며 제작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혁’ 편을 불방시킨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은 이후 목포MBC 사장으로 영전했고, 담당 PD는 최근 비제작부서인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 났다. 이와 관련한 논란과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MBC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MBC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라면 당연히 탄핵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는데 이미 준비된 프로그램까지 무산시킨 건 공영방송사로서 역사에 대한 기록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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