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부터 남북 분단, 이한열, 주체로서의 아시아까지.
8월 13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서울관에서 열리는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 전시는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국현이 2013년부터 수집한 작품 932점 중 121점을 선보인다. 주제를 정하고 작품을 골라 보여주는 기획전이 아니라, 작품들을 늘어 놓고 ‘역사적ㆍ미적 의미를 관람객들이 원하는 만큼 찾으라’고 배려하는 전시다. 전시 전체가 거대한 근ㆍ현대 미술 콜라주인 셈.
노출 패션으로 구설에 오른 미국 배우 에마 왓슨이 “페미니즘은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했던가. ‘일상’이 주제인 2전시실에선 타자의 시선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은 여성의 자유로운 몸들을 보여준다. 서서 소변을 보는 여성들의 모습(장지아), 지극히 현실적인 여성의 신체(키키 스미스) 등의 작품을 통해서다. 운보 김기창의 비단 채색화인 ‘정청’, 이용백의 미디어 아트인 ‘깨지는 거울’, 중국 비디오 아티스트 양푸둥의 ‘죽림칠현’, 이한열 열사의 모습을 재해석한 조습의 ‘습이를 살려내라’ 등을 모두 다섯 개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국현은 ‘죽림칠현’ 5부작 중 3,4편만 구입했는데, 양푸둥은 1,2,5편을 대여해달라는 끈질긴 요구를 냉정하게 물리쳤다고 한다. 국현 관계자는 “사드(THAADㆍ고고고미사일방어체계) 때문이 아닌가 한다”며 웃었다.
국현이 1979년 개관한 이래 제일 비싸게 구입한 김환기의 ‘새벽 #3’도 공개된다. 지난해 K옥션에서 13억원에 낙찰 받은 작품으로, 연간 소장품 구입 예산(53억)의 약 20%가 들어갔다. 올해 예산은 61억원이라고 한다. 전시 제목 ‘삼라만상’은 강익중의 출품작인 대형 설치미술에서 따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