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업계 1위 업체인 네이버의 ‘페이스 오프’(Face Off) 마무리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업내 컨트롤타워인 경영진에 대한 세대 교체와 더불어 포털의 얼굴로 일컬어지는 컴퓨터(PC)용 메인 화면도 새 단장시켜 이달 내 선보일 계획이다.
15일 네이버에 따르면 17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교체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이날 김상현 대표이사 후임으로 한성숙 대표를, 이해진 이사회 의장 자리엔 변대규 휴맥스 회장을 선임한다. 국내 벤처 1세대로 잘 알려진 변 회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출신으로 디지털 셋톱박스와 자동차 전장사업을 앞세워 휴맥스를 1조원대 매출 기업으로 키워낸 인물이다.
27일엔 네이버 PC용 메인 화면도 바뀐다. 네이버 PC용 메인 화면 개편은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이다. 네이버는 당시 PC와 모바일용 화면을 동시에 개편한 바 있다. 달라진 모습으로 공개될 네이버 메인 화면의 가장 큰 특징은 가로 크기가 기존 대비 15% 가량 넓어졌다는 점이다. 그 만큼, 네이버 메인 화면에 들어간 세부 메뉴들도 확대된다. 먼저 네이버의 상징인 초록색 테두리의 검색어 입력창 공간이 커졌다. 또한 메인 화면에서 언론사별로 분류된 ‘뉴스스탠드’에 들어가는 매체 수도 늘어난다. 인터넷 프로토콜(IP) 접속 지역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뉴스와 날씨 정보 서비스도 제공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메인 화면 개편은 지난해 이용자들의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업계 안팎에선 시가총액 25조원대의 거대 정보기술(IT) 공룡 기업인 네이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특히 네이버 창업자인 이 의장의 2선 후퇴를 주목하고 있다. 이 의장은 국내 사업 일선에선 물러나는 대신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 치중할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의장은 유럽과 북미에서 신사업 구상에 주력할 계획이다”며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퇴도 이에 따른 수순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장은 네이버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 의장의 이런 행보가 현재 네이버의 불안한 성장세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4조226억원과 영업이익 1조1,020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가져왔다. 문제는 이런 실적 배경에 광고 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해 네이버의 광고 매출은 27.8% 늘어난 2조9,670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73.8%를 광고에서 끌어온 셈이다. 네이버의 광고 독점이 표면화되면서 관계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한 규제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네이버에서 야심작으로 선보인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라인의 이상 징후도 불안 요소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이용자(월간 활동 기준)수는 전분기 대비 300만명 줄어든 2억1,700만명에 머물렀다. 라인 출시 이후,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네이버 내부에서 공공연히 흘러 나오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이라도 하듯, 네이버도 체질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향후 5년간 5,000억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광고 부분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는 상종하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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