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이영애, 고소영의 ‘화려한 컴백’이 빛을 잃고 있다. 1990년대를 풍미한 중견 여배우들의 복귀 드라마가 전형적인 연기, 설득력 없는 극 전개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유명 배우의 이름값만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는 이영애의 열연에도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사임당’은 1월 26일 연속 방영된 1,2회에서 각각 15.5%, 16.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기대작으로 떠올랐으나, 1일 11회 시청률은 9.6%까지 떨어졌다. 9일 14회 방송에서 10.5%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회복했지만 KBS2 ‘김과장’에게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뺏지는 못했다.
이영애는 그나마 낫다. 고소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KBS2 ‘완벽한 아내’ 방영을 앞두고 그는 “화려한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주부로 거듭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에서 시청률 3.9%를 기록해 KBS 월화드라마 사상 첫 방송 중 가장 낮은 시청률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시청률은 여전히 3~4%대를 기록 중이다.
두 배우의 스타성이 시청률을 견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와 다르지 않은 연기로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임당’의 이영애는 13년 전 MBC 인기 드라마 ‘대장금’(2004)을 보는 듯 역할을 보여줘 시청자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 워킹맘의 애환을 녹여내 공감을 사려 했으나, 카메라 밖에서 화려한 삶을 사는 이영애의 이미지 때문에 몰입하기 쉽지 않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영애표 워킹맘 수난기는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며 “차라리 사극으로만 드라마를 구성했으면 이 정도로 몰입도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소영 역시 실제 삶과 화면 속 모습이 빚어낸 이질감이 시청률 부진에 영향을 줬다. 배우 장동건과 결혼한 뒤 화려하고도 우아한 이미지가 더욱 강해진 고소영에게 억척 아줌마 심재복은 안 맞는 옷처럼 어색하다. 극 중 남편 구정희(윤상현)에게 “나랑 하는 게 그렇게 싫어?”라는 직설적인 대사까지 내뱉었지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기에는 역부족이다.
2030세대들에게 이영애, 고소영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전성기를 함께 한 적이 없는 젊은 시청자들에게 두 배우는 진부한 소재와 지루한 이야기 전개를 감내할 정도로 매력적인 스타는 아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영애, 고소영은 스타성이 강점인 배우인데, 지금은 스타성이 콘텐츠 인기를 좌우하는 시대가 아니다”며 “흥미로운 이야기나 사회적 메시지 없이 톱스타 마케팅으로만 승부를 걸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