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ㆍ중 정상회담 개최가 확정되고, 그 장소도 중국측 희망대로 백악관이 아닌 플로리다 주 휴양지 마라라고로 결정된 과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백악관이 대중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려 있으며, 쿠슈너가 온건파 진영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강경파의 대표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지만, 쿠슈너는 이들 강경파를 따돌린 채 미ㆍ중 정상회담 성사를 주도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 행사에 아내인 이방카 트럼프와 장녀를 참석시킬 정도로 ‘친 중국’ 행보를 보여온 쿠슈너는 정상 회담이 마라라고에서 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양국 관계에서 수세적 입장인 중국은 백악관 대신 플로리다 휴양지를 회담 장소로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에서 열리면 회담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하지만, 비공식적 분위기가 강한 휴양지 정상회담은 정상간 합의도출에 대한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NYT는 온건파인 쿠슈너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대북 제재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답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 주석이 ‘한미가 군사훈련을,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동시에 중단하고 6자 회담을 개최하자’는 주장을 펴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강력한 대북 압박’ 요구를 회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NYT는 쿠슈너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당당하게 참석할 정도로 위세를 과시하고 있지만, 그의 가족기업이 중국 안방보험에서 4억 달러(약 4,590억원)의 현금을 수혈 받는 등 중국과의 ‘이해상충’ 문제가 걸려 ‘실세 사위’의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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