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공식 명칭 디오픈) 순회 개최지였던 스코틀랜드 뮤어필드 골프장이 273년 만에 ‘금녀의 벽’을 허문다.
영국 BBC는 15일(한국시간) 뮤어필드 골프장 회원들이 여성의 입회 여부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80%가 넘게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찬성표가 전체 투표수의 3분의 2를 넘었기 때문에 뮤어필드 골프장은 향후 여성의 입회를 허용하게 됐다.
1744년 건립된 이 골프장은 남자골프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브리티시오픈 골프대회가 열리는 10개 코스 중 유일하게 남성 전용 클럽으로 운영돼 온 곳이다. 하지만 여성이 아예 못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골프 라운드를 할 수 있지만 단지 회원이 못 될 뿐이다.
여성 차별에 대한 비판 때문에 지난해 5월 여성의 입회를 허용할지 여부를 놓고 투표를 실시했지만 찬성이 전체투표의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면서 비난 여론이 비등했고 결국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뮤어필드 골프장을 디오픈 순회 개최지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뮤어필드 골프장은 디오픈 개최지 지위를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골프장에서 디오픈이 가장 최근에 개최된 것은 2013년으로 당시 대회서는 필 미켈슨(47ㆍ미국)이 우승했다. 디오픈을 주최하는 R&A의 마틴 슬럼버스 회장은 “뮤어필드 골프장은 디오픈에 대한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골프장이었다”라며 “뮤어필드 골프장이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따라 앞으로도 디오픈의 역사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3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로열 세인트조지스 골프클럽도 여성 차별 문제 때문에 디오픈 개최지에서 배제됐다가 여성회원을 받아들이기로 규약을 바꾼 뒤 다시 디오픈 개최장소로 선정됐다.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일부 명문 회원제 골프장일수록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랜 전통을 유지한다. 미국에서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개최지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대표적인 곳으로 지탄받자 2012년 여성 회원을 처음 받아들였다.
뮤어필드 골프장까지 문호를 개방함에 따라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금녀 골프장인 일본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곳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경기장으로 선정된 뒤 여성차별 조항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1929년 문을 연 회원제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은 가족회원의 형식으로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이지만, 일요일 등 공휴일에는 여성의 라운드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 조항을 변경하기 위해선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의 이사 15명 중 과반수가 회의에 참석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야 하지만 최근 이사회에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이 여성 차별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골프 경기장을 변경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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