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미룰 이유ㆍ명분 없어
朴 탄핵 불복 태도도 영향 준 듯
구속수사 여부 고민 깊어질 듯
검찰이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신속ㆍ강공 모드로 수사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조사 시기보다 강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수사기록과 증거 등을 넘겨 받아 검토에 들어간 검찰은 수사돌입 시점을 놓고 고심해왔다. 10일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과 함께 대선 국면으로 접어 들면서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과 신속하게 강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엇갈렸다.
검찰이 강경론을 택한 건 수사를 미룰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1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은 각각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박 전 대통령 측에 대면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미 박 전 대통령 조사 준비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최씨나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의 재판은 공범인 박 전 대통령 재판이나 다름 없어 조사를 한다 해도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많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선 이후로 수사를 미룰 경우 오히려 차기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조속히 수사해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는 게 차기 정부는 물론 나라의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선과 상관 없이 바로 수사에 들어간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관계자가 “수사해야 한다”며 원칙 수사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며 보인 태도도 검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로 들어가기 앞서 운집한 지지자들을 향해 웃음을 보이고, 민경욱 전 대변인을 통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내놓아 사실상 탄핵결정 불복, 범죄 혐의 부인의 태도를 보였다. 검찰로서도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미적거림으로써 불필요하게 여론의 비난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소환 방침을 알리면서 보인 검찰의 태도로 보면 수사 강도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서 형사적 판단은 비켜갔지만 사실관계로 인정한 부분들이 박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의 사실관계와 맞물려 있고, 이러한 혐의들의 중대성으로 미뤄볼 때 구속 수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측으로부터의 433억원 뇌물수수 및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작성 지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등 사직 강요, 현대차에 최씨 지인회사의 납품계약 강요 등 모두 14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소환 조사 이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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