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주사라며… 미용ㆍ영양 시술, 안전은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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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주사라며… 미용ㆍ영양 시술, 안전은 나 몰라라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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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만 투자하면 한결 가뿐”

보톡스ㆍ백옥주사 등 8종

한해 1000억대 폭발적 인기

병원들 수익 올리기 위해 남발

효능ㆍ부작용 검증 제대로 안돼

게티이미지뱅크

은행에 다니는 김모(48)씨는 ‘보톡스’ 주사를 7년째 맞고 있다. “고객을 대면하는 업무여서 젊고 밝은 인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간과 이마 주름 개선 시술을 받은 게 계기다. 김씨는 일명 ‘영양주사’도 애용한다. 술 마신 다음 날이면 피로가 몰려와 ‘해장용’으로 찾는다. 김씨는 “점심시간 1시간만 투자해 간편하게 시술을 받으면 몸이 한결 가뿐하다”며 “최근엔 ‘VIP 주사’라 불리는 백옥주사(글루타티온)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보톡스 등 미용주사부터 마늘, 감초 등 영양주사까지, 주사의 홍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시술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용ㆍ영양 주사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지만, 거의 100% 허가된 용도 이외로 쓰이는 것이어서 효능과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보톡스ㆍ글루타티온 등 주사제는 치료 목적으로 쓰일 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미용ㆍ영양 용도로 쓰일 때는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어서 소비자가 비용을 100% 부담한다. 그래도 반응은 뜨겁다. 14일 박실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8개 미용ㆍ영양 주사제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비급여율이 글루타티온 99.8%, 티옥트산(신데렐라주사) 99.4%이었고, 6개 주사제는 100%였다. 즉 거의 모두 미용ㆍ영양 용도로 쓰인다는 뜻이다. 시장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글루타티온의 경우 의원급에서 사용된 비급여 추정액은 2011년 1억6,700만원에서 2014년 72억6,000만원으로 폭증했다.

그러나 미용ㆍ영양 주사는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문가들은 미용주사나 영양주사가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효능과 다르게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민정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개발팀장은 “피로회복이나 미용은 본인이 경험한 것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위약(僞藥)효과가 크다”며 “환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허가용도를 초과해 사용하는 게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선 양질의 임상연구를 통한 근거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독소(보톡스)는 사시, 안면경련, 안검경련, 미간주름 등에 효능이 있다고 허가 받았지만 턱 근육 축소에도 사용된다. 글루타티온도 약물 또는 알코올중독, 만성간질환에서 간기능 개선용으로 허가 받았지만 ‘백옥주사’라는 이름으로 피부미백ㆍ항산화 등을 목적으로 쓴다.

물론 허가 된 용도 외에 처방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이고,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동네 병ㆍ의원이 비급여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작용 위험에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작용 현황은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의약품은 허가된 대로 쓴 것을 전제로 의료기관이 부작용 등의 정보를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허가범위 초과 사용과 관련해 안전성ㆍ유효성 검증을 확대하고 전문가와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박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주사제를 의료서비스라기보다 상품으로 소비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의료인 모두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관리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측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심하고 있지만, 관점의 차이가 있다.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비급여 진료는 환자 만족도가 높지 않으면 할 수 없다”라면서 “다만 과대ㆍ과장광고와 무면허 의료행위는 엄격히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에서 안전ㆍ유효성 입증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한편 의료단체들과 협의해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15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주최하는 토론회에서 보건의료연구원에 의뢰했던 안전성, 유효성 등을 검토한 첫 실태보고서를 발표한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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