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게 비단 스트레스를 받을 때만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외로워서 혹은 부주의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쓸쓸비용’과 ‘멍청비용’이라 부른다. 재미있게 이름은 붙였지만 아낄 수 있는 비용이었다는 점에서 배가 아픈 돈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자취를 시작한 김지혜(가명ㆍ28)씨는 매달 인형을 사는 습관이 생겼다. 마트에서 2만~3만원 토끼 인형을 사다가 최근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인형을 사기 시작해 벌써 10개가 넘게 모았다. 크기도 손바닥 만한 것부터 1m 이상 되는 것까지 다양하다. 김씨는 “집에 혼자 있게 되니 외로워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도 했지만 결국 손이 덜 가는 인형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쓸쓸함을 잊기 위해 쓰는 돈이다. 실제로 1인가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팽창 중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반려동물 관련 매출은 2015년보다 22.5% 늘어 전체 매출 성장률(1.8%)의 10배 이상 증가했다. 오픈마켓 11번가의 작년 반려동물 용품 매출도 전년보다 40% 급증했다. 일종의 쓸쓸비용이라 볼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준비하면 아낄 수 있는 돈도 많다. 최근 친구 결혼식이 있었던 이지원(가명ㆍ31)씨는 미리 축의금을 준비하지 않아 애먼 돈을 썼다. 식장에 가는 길에 편의점 현금인출기(ATM)에서 5만원을 빼느라 수수료 1,300원이 나갔다. 이씨는 “게으름을 피워 나간 1,300원이 5만원보다 더 아깝게 느껴진다”고 푸념했다. 직장인 정모(32)씨는 집 현관에 있는 우산꽂이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작년에 편의점에서 급하게 사들인 우산 7개가 꽂혀있기 때문이다. 일기예보를 챙겨보지 않은 결과로 3만5,000원의 멍청비용이 나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멍청비용의 대표적인 지불 사례로 ‘할인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제 값 주고 구매하기’(44%)가 꼽혔다. ‘지하철 반대 방향으로 타기’(23%) ‘휴대폰 액정 깨져 리퍼폰(고장이 났거나 흠이 있어 반품한 핸드폰을 고치고 손질해 싸게 파는 휴대폰) 받기’(10%) ‘차 표 사자마자 잃어버려서 다시 사기’(5%) 등의 답변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자해 후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웃지 못할 답변까지 내놨다. 외로움을 달래고자 돈을 썼다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영화ㆍ박물관ㆍ전시회 관람’ ‘혼자 밥 먹기 싫어 친구들에게 밥 사주기’ 등의 응답이 많았고, ‘잘 보일 사람도 없지만 비싼 옷을 구매’란 의견도 20%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이 1년간 쓴 쓸쓸비용과 멍청비용은 각각 19만9,000원, 16만7,000원이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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