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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예산 막자” “쪽지예산 는다” 국회-정부, 예산법률주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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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실예산 막자” “쪽지예산 는다” 국회-정부, 예산법률주의 공방

입력
2017.03.15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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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정부 독주 통제 필요”

개헌특위서 도입 놓고 논의 중

채택 땐 국회가 예산 편성ㆍ증액

#2. “지역구 선심 예산만 확대”

선거 고려한 묻지마식 지출 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지연될 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순실 예산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국회)

“국회에 편성권을 주면 ‘쪽지예산’만 늘어날 것이다.”(정부)

나라 가계부인 예산의 목적·내용·제약·권한과 책임 등을 법률의 형태로 국회가 의결하는 ‘예산법률주의’ 도입 움직임에 정치권과 관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산법률주의가 채택되면 국회가 예산과 재정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갖는다. 이는 연간 400조원이 넘는 나랏돈 씀씀이의 주도권을 누가 행사할지 결정하는 문제여서 주목된다.

14일 국회 등에 따르면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분권형 대통령제 등 정부 형태와 연계해 예산법률주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예산법률주의는 예산을 조세와 동일하게 법률로 정하는 것이다. 핵심은 입법권과 수정권의 변화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행정부는 예산편성권을 갖고 국회는 심의확정권을 갖는다.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해 감액만 할 수 있고, 국회가 증액하려면 정부가 동의(증액 동의권)해야만 한다. 예산법률주의는 국회가 예산편성권과 심의확정권을 모두 갖는다. 국회가 예산도 편성하고 증액도 할 수 있어 운신의 폭이 더 커지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예산법률주의가 국제 표준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주요 국가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도만이 비법률주의를 채택한다.

특히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주요 부처 예산안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며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 예산 통제 기능이 비선실세 권력 농단을 제대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회 개헌특위 관계자는 “올해 정부 예산이 400조원이 넘는데 국회가 삭감한 건 1%도 안 된다”며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주장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쪽지예산(정식 편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역구 민원 예산을 동료의원이나 예산당국에 부탁하는 것)이 더 커질 수 있다. 국회에 증액 권한을 부여하면 선심 예산만 늘고, 선거를 고려한 ‘묻지마’식 지출 확대가 커질 것이란 우려다.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은 전체 국민이 아닌 지지층을 위해 돈을 쓰는 것에 호의적일 수 밖에 없다”며 “국회에 권한을 더 주면 제어되지 않는 포퓰리즘으로 흐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헌특위의 핵심 목적은 헌법상 증액 동의권을 없애 국회 뜻대로 증액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산이 법률이 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예산 처리가 만성적으로 지연되거나 예산 집행이 경직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면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장에서 사업성 부족이나 예기치 못한 사태로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것을 두고 법을 어겼다고 할 순 없다”며 “예산은 돈 쓰는 쪽(행정부)에서 유동적으로 집행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이 입법부나 행정부 어느 한 쪽의 독점 권한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국민이 투표 외에 국가 자원배분을 비판하고 결정권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민주적으로 예산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국회 심의가 강화되려면 연중 국회 개원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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