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다. 추진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 FTA 성적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다. 세계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양국 교역량은 꾸준히 증가했고, 상대국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모두 상승하면서 양국의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에 기여한 바 적지 않다. 반면 광우병 감염이나 건강보험료 ‘폭탄 인상’ 등 혹세무민 수준의 우려는 조금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독소조항으로 비판을 받았던 투자자ㆍ국가 간소송(ISD) 제도에 따른 제소 또한 없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562억달러에서 지난해 665억달러로 8.2% 증가했다. 특히 우리의 세계 교역규모가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연평균 3.5% 감소하는 동안 한미 간 교역규모는 연평균 1.7% 증가했다. 대미 수출은 연평균 3.4%가 늘었고,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11년 116억4,000만달러에서 작년 232억5,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미국의 입장은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연례보고서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다”고 밝힌 데 이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 7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몇 달 안에 나쁜 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의 과격한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정부의 보호무역 성향에 미루어 느닷없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 FTA가 파기되면 양국 간 교역규모가 30억달러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따라서 전면 재협상이나 협정종료 등의 상황으로 내몰려서는 안 된다. 더욱이 중국의 사드 배치 트집이나 미국의 금리인상 등의 악재가 몰려오는 상황이어서 상대적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
한미 FTA가 서비스교역분야나 미국 내 투자에 따른 고용창출효과 등으로 미국도 큰 혜택을 보고 있음을 미국 정부에 분명히 알리고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은 재협상 기류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하고, 따로 상황 악화에 대비한 단계별 협상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FTA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정부가 치밀하게 만반의 준비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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