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97년 판매한 연금보험
저금리로 운용 수익률 떨어지자
예정이율보다 낮은 배당금 지급
고객에게 약속했던 자살보험금을 제때 주지 않아 홍역을 치른 생명보험사들이 이번엔 과거 고금리 시절 팔았던 연금보험의 보험금을 약속보다 적게 지급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은 자살보험금 사태를 계기로 과거 보험사들이 판 보험상품을 살펴보다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하고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14일 금융감독원은 “생보사들이 1993~1997년 판매한 ‘세제 적격 유배당 연금보험’ 상품의 보험금 지급 방식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유배당 연금보험은 보험사들이 애초 예정이율로 약정한 보험금에 자산운용 수익이 좋을 경우, 배당금을 추가로 주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연금 개시 시점에 추가 배당금을 주기 위해 매년 배당준비금을 쌓는데, 보험사들은 과거 판매 당시 약관에 “배당준비금에 이자를 매길 땐 예정이율에 이자율차(差) 배당률(자산운용수익률-예정이율)을 더한 이율을 적용한다”고 적어뒀다.
고금리 시대에는 자산운용 수익률이 대개 예정이율보다 높았기 때문에 배당금을 더 주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저금리가 심해지면서 생보사들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져 이자율차 배당률이 마이너스가 되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당시 보험사들이 약관에 써둔 예정이율은 연 7.5%. 그런데 이후 자산운용 수익률이 이보다 낮아지자 이를 반영해 배당준비금에 예정이율보다 낮은 이자를 매겨 준비금을 계산한 것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해서 애초 약속한 예정이율보다 낮은 이율로 배당준비금을 계산하는 게 적절하냐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는 상품 약관이 지금만큼 정교하지 않아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질 때 배당금을 어떻게 계산한다는 내용이 없었다”며 “상품 약관만 놓고 보면 혼란을 부를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서류 검토 후 필요하다면 현장 검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보험사들은 반발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산운용 수익률이 높아야 배당금을 주는 상품인데, 수익률이 낮아지면 이를 반영해 보험금을 계산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품은 보험사 자율로 예정이율을 정하도록 규정된 1997년 이전인 1993~1997년 5년간 팔려나간 상품들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지연을 막는다며 과거 기초서류를 뒤지다 이를 발견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때와 마찬가지로 한참 뒤에야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