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절대 악’이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 찍히면 무조건 죽는다. 배우 한석규(53)가 소화한 역할이다. 교도소를 무대로 한 영화 ‘프리즌’(23일 개봉)을 통해서다.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프리즌’ 언론배급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석규는 “본능적으로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 몸을 통해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프리즌’은 감옥 안에서 세상을 주무르는 죄수들의 권력자 익호(한석규)와 한 때는 검거율 100%를 자랑하며 잘 나갔던 경찰 유건(김래원)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익호는 교도소장(정웅인)도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거대한 범죄를 설계하는 인물이다. 유건은 그의 수하로 들어가 각종 범죄에 공조한다.
익호는 그간 한석규가 보여줬던 교과서적이고 모범적인 인물상과는 거리가 있다. 한석규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SBS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의사) 김사부 역할을 했고, 영화 ‘상의원’에선 (옷 만드는) 돌석을 연기했고, SBS드라마 ‘비밀의 문’에선 영조 역할도 했다”며 “그러다 ‘프리즌’의 익호 역을 만났을 때 쉽지 않은 무대가 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지금 안주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며 악역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프리즌’의 나현 감독은 “한석규의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 이면에 있는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끄집어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한석규로서는 도전적인 역할이었겠지만 완벽하게 소화를 해주셨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나 감독에 따르면 익호라는 이름은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에서 나오는 삵의 본명에서 따왔다. 그는 “악역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처음 봤고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나 감독의 설명처럼 ‘프리즌’의 익호는 교도소 바깥세상을 과감하게 오가며 온갖 악행을 저지른다. 그를 막을 존재는 없다. 그 앞에선 공권력도 무용지물이다.
영화는 기존 감옥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그 비슷한 얼개로 이어간다. 익호라는 인물이 어떻게 절대 악의 존재로, 교도소의 실세가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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