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중도와 보수층 지지를 얻기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야권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대통합의 기치 아래 여권 성향의 표심을 얻는 방식으로 문 전 대표와 본격적인 양자 대결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지난달 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모임인 반딧불이 임원진과 회동을 갖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성회 반딧불이 회장은 “반 전 총장이 내세운 중도통합과 정치교체, 국민대통합 방향과 안 전 대표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내부 의견을 더 조율한 뒤 이달 말 반딧불이가 공개 지지선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반딧불이는 반 전 총장의 대선출마 포기 선언 이후 안희정 충남지사를 지지할 계획이었지만, 안 지사의 ‘선의 발언’ 논란 이후 안 전 대표 지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여야 정치 원로들과의 접촉도 이어갔다. 그는 최근 김영삼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냈던 이명헌 서울대 명예교수를 만난 데 이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장상 전 민주당 대표 등과도 대화를 나눴다. 이 교수는 1월 별세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포럼’을 조직, 반 전 총장 지지를 준비했던 인사다. 이 전 부총리는 2012년 대선 당시 안 전 대표의 경제 멘토 역할을 했던 인연이 있다.
지지세 확장을 노리는 안 전 대표의 활발한 행보와 달리 당 경선 일정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전날 당 중앙선관위가 당 대선후보 확정일을 내달 5일로 결정한 데 대해 “적어도 4월 3일에는 후보를 확정해야 민주당과의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진다”며 거듭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안 전 대표는 당 선관위 결정에 반발하는 의미로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지만, 경선후보 등록은 완료했다. 국민의당 경선후보는 안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주선 국회부의장을 포함해 총 6명이다. 경선을 준비해왔던 천정배 전 공동대표는 이날 “제가 부족해 경선 승리의 기반을 만들지 못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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