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과기부 부활 방안 검토
안철수, 교육부 폐지 공약
안희정, 국회 차원서 논의 입장
조기 대선으로 차기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체제를 거지지 못하고 임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유력 대선주자들도 저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복안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는 개편 1순위로 꼽힌다. 교육부 역할 축소도 상당수 대선주자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고민은 하고 있지만, 공식 논의는 아직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 자칫 설익은 정부조직 개편논의가 밖으로 알려질 경우 공직 사회에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정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할 경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정부 적폐의 상징과도 같은 미래부 재편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미래부를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두 분야로 나눠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교육부 기능 축소도 검토하고 있다. 초·중등교육 업무를 각 시·도 교육청으로 넘기고, 교육부는 대학 교육만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맡기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폐지한 해양경찰청을 부활하고, 소방방재청과 함께 독립 기관으로 재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안전처는 폐지하고 국가정보원은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해 국내 정치 개입 등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일자리 창출도 정부조직 개편의 키워드로 꼽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고, 중소기업청을 벤처중소기업부로 승격키로 했다. 4차산업위 신설도 공약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한 관계자는 “큰 정부가 아니라, ‘일하는 정부, 적극적 정부’를 국정 기조로 삼을 계획”이라며 “박근혜 정부처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보여주기식 정부조직 개편은 지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더 신중한 태도다. 대연정과 협치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공약을 제시하기 보다는 당이 주도해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안 지사가 “후보나 캠프가 아닌 정당을 중심으로 한 집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정부조직개편 로드맵과 맥락을 같이 하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권비전위원회와 같은 당 차원의 기구를 꾸려 각 캠프별 구상을 수렴하고, 대선 이전에 국회 정부조직개편특위를 설치해 정부조직 개편 논의를 시작하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준비된 리더십을 누구보다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를 겨냥한 정부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부를 과학기술ㆍ정보통신ㆍ방송ㆍ콘텐츠 등 기능별로 분리해 방송통신위원회ㆍ문화체육관광부 등과 엮어 재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승격해 창업 지원과 벤처기업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부서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학제개편 등 교육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로 재편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성평등인권부도 신설키로 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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