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측근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법정증언
지난해 10월 독일로 찾아갔을 때 윗선 시사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로 도피했을 가능성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지난해 자신이 은신하던 독일로 찾아온 측근에게 “저 위에서 그러는데 한국이 조금 정리되고 조용해지면 들어오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해외 도피생활을 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14일 열린 최씨와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재판에, 최씨 측근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뒤 독일로 도피해 있던 최씨를 만나 생필품과 현금 등을 전달하면서 김 전 대표가 “회장님 한국 여론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가급적이면 빨리 한국으로 돌아와 수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자 ‘윗선’의 뜻 때문에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이다.
당시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는 김 전 대표에게 최씨가 “삼성에서 5억원 지원 받은 것 밖에 없다”고 벌컥 화를 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삼성으로부터 43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기소된 최씨는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사익을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통화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도 김 전 대표는 증언했다. 지난해 7월 최씨를 차에 태우고 가던 중 최씨가 전에 없이 공손한 태도로 “차은택 쪽 라인 때문에 일이 좀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전화하는 것을 들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1년 반 동안 최씨를 봤지만 평소와 다르게 공손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모습이 의외였다”며 “(최씨보다) 높은 사람은 대통령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가 통화 내용을 듣고 있자 최씨는 김 전 대표에게 차를 세운 뒤 밖에 나가 있으라고도 지시했다.
김 전 대표가 KT에 채용하라고 추천한 인사가 김 전 대표 아내임을 뒤늦게 알게 된 최씨가 “VIP께 얼마나 창피한 일인 줄 아느냐, 나라 팔아먹은 놈들”이라고 크게 질책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최씨는 이날 직접 신문에 나서 김 전 대표를 매섭게 노려보며 “독일에서 그런 말 한 기억이 없다”며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시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최씨가 무섭다며 “최씨와 절대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검찰 측에 부탁한 바 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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