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에서 이탈 움직임
중앙정치로 이어질지 주목
자민당과 함께 일본 연립여당의 축을 이루는 공명당이 올 여름 도쿄도(東京都) 지방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 진영과 연대하기로 합의했다. 지역차원의 선거연대이긴 하지만 집권당의 연립파트너가 대립중인 상대방쪽에 줄을 서면서 연립여당 내 균열이 중앙정치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각종 스캔들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정권에는 공명당의 연대 이탈이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1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가 이끄는 도쿄지역신당 ‘도민우선모임’과 공명당 도쿄본부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7월 예정된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를 상호추천하는 선거협력안을 발표했다. 도의회 공명당을 이끄는 나카지마 요시오(中嶋義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예전처럼 자민당과의 선거협력은 없다”고 못박았고, 고이케 지사는 “귀중한 합의이며 매우 든든하다”고 화답했다.
고이케 지사측은 공명당 후보를 모두 추천하고, 공명당에선 복수의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구에서 자당 후보외에 도민우선모임 후보도 추천한다. 이를 통해 고이케 신당이 여권 지지층내 공명당표를 잠식하고 공명당 역시 무당파층에 퍼져있는 고이케 지지표를 흡수한다는 ‘윈윈 전략’이다.
양측은 또 2020년 도쿄올림픽 경비삭감과 복지정책 내실화 등 35개 항목 정책공조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도쿄지사에 당선된 뒤 자민당 도쿄본부측과 대립해온 고이케 지사는 1년만에 독자적인 과반수의석 확보를 노리며 자민당을 한층 더 위협하게 됐다.
특히 자민당이 긴장하는 이유는 공명당의 이탈이 일회성처럼 보이지만 고이케의 기세가 중앙무대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이케가 독자적 정치인양성소인 ‘희망의 학원’내 국정과제를 연구하는 공부모임을 설치한 것부터 심상치 않다. 도의회선거뿐 아니라 추후 총선에 내보낼 인물들을 육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눈에 거슬리는 일이 계속되면 좋지 않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 다소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자민당내 분위기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도의회는 고이케쪽에 서고 국정은 자민당에 붙는 것이야말로 기회주의란 불만이 당에서 터져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지역에는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 경제재생장관 등 자민당 소속 거물급 의원들이 즐비하지만 고이케 지사의 ‘자객공천’(특정 거물을 떨어뜨리기 위한 공천) 표적이 될 가능성마저 경계하고 있다.
야권 역시 고이케의 인기에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에선 도쿄의 전현직 지방의원 4명이 벌써 탈당신고서를 내고 고이케 측에 시선을 두고 있다. 공산당은 “쓰키지(築地)수산시장 환경오염 등 지금까지 도정실책의 주역이 자민당과 공명당이었다”며 “도정개혁을 외치는 고이케 지사가 공명당과 협력하는 게 맞는 얘기냐”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기성정당들의 못마땅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고이케는 ‘포스트 아베’ 반열로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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